남 다리 긁는 짓
남 다리 긁는 짓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2.08.04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친구 등 타인들에 대한 욕설이나 험담은 아무리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다고 해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당사자를 눈앞에 둔 가운데,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아니면, 누군가를 욕하거나 험담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설혹 당사자를 눈앞에 두고, 올바른 견해에 따른 정확한 지적 및 비판을 한다고 할지라도, 철저하게 자신의 불쾌한 감정 등을 배제한 채, 상대를 위한 사랑의 충고라는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욕을 먹어야 할 당사자가 없는 가운데 이뤄지는 대개의 험담의 들뜨고 흐트러지고 탁해진 마음에서 비롯된 감정의 낭비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불쾌감 및 서운함을 주체하지 못함에 따른, 소모적인 감정의 배설일 경우가 허다하다.

그뿐만 아니라 감정의 배설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더욱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확대시킬 확률이 높다.

따라서 누군가를 험담하고 싶은 충동이 일면 그 즉시 자신의 들뜬 호흡과 들뜬 기(氣)와 들뜬 감정과 생각을 차분하고 고요하게 가라앉힘으로써, 마음을 0점 조정하는 것이 요긴하다. 그런 연후에 비로소 감정의 배설이 아닌, 진심 어린 충고를 당사자에게 직접 하거나, 충고가 시기상조라고 판단되면, 마음에서 내려놓음으로써 입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훗날을 기약함이 좋다.

친구 간에 서로 비슷한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희석시키기 위해 짐짓 친구의 잘못을 들춰내며 부각시키는 짓은 더욱더 하지 말아야 한다. 이 같은 짓 또한 불필요한 감정의 배설일 뿐만 아니라, 타인을 험담하면서까지 자기 자신의 정당성을 드러내려는 소인배의 전형인 도토리 키 재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님은 제자인 자공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을 보시고,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賜也賢乎哉(사야현호재) 夫我則不暇(부아칙불가) 즉, 사(자공을 일컬음)는 뛰어나구나. 나는 누군가를 욕할 만큼 한가하지 않은데 말이다.” 맹자님은 친구 간에 불필요한 경쟁을 하면서 비교 우위를 점하려는 도토리 키 재기와 관련, `以五十步(이오십보) 笑百步(소백보)' 즉, 전쟁터에서 오십 걸음을 도망친 자가 백 걸음 도망친 자를 비웃는다는 비유로써 경종을 울리신 바 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과 `형제의 눈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제 눈 속의 들보는 못 본다.'는 성경의 가르침도 누군가를 지적하고 욕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가르침이다. 이 같은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 뒤, 타인과의 불필요한 키재기 대신에, 자신의 키를 키우는데 온통 에너지를 쏟으며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백 걸음 후퇴한 동료를 비웃을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똥 묻은 개를 나무랄 시간에 자신의 몸에 묻은 겨를 터는 것이 귀한 일이다. 자신의 눈병 때문에 형제의 눈에 티가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면서, 자신의 들뜨고 흐트러지고 탁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으고 맑히는데 전념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0점 조정한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행복한 삶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