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집
의식의 집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2.08.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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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쿵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동차가 전봇대를 들이받은 후였다. 그제야 깜박 졸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후진을 하고서 살펴본 결과 차 앞부분은 거의 파손 상태이다. 우선은 내 몸도 전봇대도 멀쩡했다. 곧장 보험사를 부르고 차는 공업사로 보내졌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방망이질을 시작한다.
가족 모두가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자동차야 수리하면 되지만 만약 내 몸 한 부분 망가지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찔하게 다가왔다. 졸음운전이 얼마나 무서운지 생생한 기억으로 각인 되었던 것이다. 고속도로를 가다보면 졸음운전에 대해 왜 그리 커다란 주의를 표시하는지 이제야 알았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생명의 연한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길고 짧다는 것까지 눈으로 보아오던 차이다. 그 또한 내게도 피해갈 수 없는 명제란 것을 알고 지내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일이 마지막인양 모든 것을 체념하며 살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원초적인 본능 가운데 억제할 것과 가릴 것 들을 살피며 성실하게 사는 길만이 스스로의 존재를 지켜가는 합당함이라 말하고 싶다.
의식과 감각은 항상 몸 전체를 에워싸며 합일을 이루고 있다. 피부에 닿는 현실이기도 하다.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은 대부분 그 길을 ?아가며 사는 방법이라고 여긴다. 그것이 마땅한 선택이라 하겠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 역시도 그렇게 한 발 한 발 확장된 걸음 사이로 푸른 하늘 아래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두는 중이었다. 평범한 듯한 풍경이지만 또 다른 기쁨이 되어서 삶의 의욕을 일으켜주고는 한다.
손녀딸들이 찾아와서는 안기며 괜찮은지 묻는다. 경미한 접촉사고 때는 남편의 질타가 눈 끝에서 나를 자극했었는데 이번 일은 의외였다. 무엇보다도 위로가 섞인 아들의 한마디 말이 더 없는 방어선을 구축하는데 일조를 했다. 모두가 지원군들이었다. 부대끼며 살지라도 가족이란 그렇게 단단한 구성원의 역할로 이루어진 집합체라는 것을 체험하는 기회였다.
간발의 차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이 어떠한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의식과 함께 건재해가는 몸의 구조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고나 할까. 그곳에 기대어 사는 필수적인 의무가 오롯이 내 책임이기도 했다. 분명 졸음이 시작되는 경고음이 있었을 터인데 지나쳐버린 결과로 당한 사고였기에 그렇다. 위험천만한 일을 겪었지만 되풀이하지 않겠노라는 다짐과 함께 삶의 현장은 언제나 주의가 필요한 무대라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며칠이 지났다. 깨끗한 몸으로 탈바꿈한 자동차가 집으로 왔다. 완쾌한 사람의 몸 마냥 환하다. 새 마음으로 운전석에 앉아본다. 돌아볼수록 우리가 삶의 바탕위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들은 의식이란 집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신체의 기능 또한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적절하게 사용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때로는 무의식에 잠시 머물게 되어도 의식이 절대적인 우위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 알았다. 어떤 경우든 치르고 난 후에야 더 나은 방향의 갈피가 정해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내안의 또 다른 집, 의식의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간다면 세상이란 바다도 순항해가기가 훨씬 수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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