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전염된다
두려움은 전염된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8.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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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영화 `명량'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 `한산'이 지난주 개봉했다. 영화 시작부, 왜장 와키자카 앞에는 사천에서 이순신에게 패하고 도망한 왜군들이 두려움에 떨며 도열해 있다. 왜군들은 바다 괴물 같은 거북선을 보고 겁에 질려 있었다. 와키자카는 `두려움은 전염된다'며 그들을 참하라 명한다.

한산대첩은 학교 역사 시간은 물론이고 이순신 위인전을 통해서도 여러 번 들은 터라 우리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해전이다. 역사극이 다 그렇듯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를 재미있고 생동감 있게 느끼게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한산'은 참 신선했다. 첫 장면부터 일본의 눈으로 전쟁과 거북선 그리고 이순신을 보여주니 말이다. 일본은 한산대첩을 두려움으로 준비했구나…. 첫 장면부터 새로웠다.

임진왜란, 전쟁 시작 20일 만에 한양을 점령당하고 두 달 만에 평양까지 잃었다. 한양 수복을 위해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서 5만의 군사가 모였고 그 5만은 비록 정예군은 아니었지만 한양을 지키는 소수의 왜군을 압도하는 숫자였다. 그런데 와키자카는 5만의 조선군을 2천도 안 되는 병사들을 이끌고 대파하였다.

승리에 들뜬 장수가 더 큰 승리를 원하는 것은 자명할 텐데, 그의 다음 진격지는 왜군이 전패하고 있는 남도 바다였다. 부산에 진을 친 와키자카는 거북선과 이순신을 정확히 알기를 원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싸움을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한 해전, 한산대첩은 와키자카의 패배로 끝났다. 이순신의 전법과 전술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그 전투는 세계 전쟁사에 남는 해전이 되었다고 한다. 두려움은 전염된다며 자기 병사의 목 베기도 망설이지 않던 와키자카, 그는 왜 대패하였을까?

패배를 복기하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안과 밖의 두 가지 이유를 크게 꼽는다. 외부적으로 보면 와키자카가 입수한 거북선의 단점을 조선군은 충실이 보완했고 이순신은 업그레이드된 거북선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였다. 내부적 패인 즉 왜군 편에서 보면 와키자카가 용인 광교산 전투의 승리에서 쓴 전술을 그대로 학익진에도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왜군의 편에서 보면 적을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과거의 승리에 도취 되어 변화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였던 셈이다.

`두려움은 전염된다'는 말은 원래 페스트와 관련된 오래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말이라고 한다. 노파로 변장한 페스트가 한 젊은이의 등에 업혀 도시로 들어갔고 업어준 젊은이의 착한 마음을 생각해서 60명만 죽인다고 약속했다. 일을 마치고 도시에 도착한 젊은이는 첫날 15명, 둘째 날 30명, 셋째 날 60명 총 105명이나 죽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약속을 떠올린 젊은이는 노파를 찾아가 항의했다. 그러자 노파는 첫날 15명을 죽였고, 둘째 날은 20명을, 셋째 날은 25명을 죽였다고 말했다. 그럼 더 죽은 사람들은 뭐냐고 따지자, 노파는 “모두 놀라서 두려워서 죽은 것이지. 두려움은 전염되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벌써 수년째 두려움에 있는 우리에게는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부풀려진 이야기에 속기 쉽고 또 믿기도 쉽다. 정확한 정보로 전쟁을 준비하듯이 지난 2년 반의 시간을 복기하며 새 학기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우리 전략의 약점을 보완하여 업그레이드하고, 예전에 성공했던 전략을 잘 분석하여 새로운 상황에 맞게 수정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변이를 계속 만들어내는 코로나19는 생각보다 끈질긴 녀석이다. 새로운 변이를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영화 `한산'은 힘을 내라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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