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식혀줄 ‘여름비’의 선율 속으로
더운 여름 식혀줄 ‘여름비’의 선율 속으로
  •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 승인 2022.08.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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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올해는 봄부터 무척이나 가물더니만 계절은 역시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바람이 불고 무서운 벼락과 함께 천둥이 치며, 비가 무섭게 내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여름 장맛비가 시작된 것이다.

내 젊은 시절의 여름은 비가 오면 친구들과 우산도 쓰지 않고 시내를 무작정 걸었던 생각이 난다.

아마도 피 끓는 청춘의 온도는 무척이나 높아 시원하게 내리는 여름비로 열기를 식혔던 모양이다.

그 무렵은 청주 시내엔 음악 다방이 많았고, 비 오는 날이면 다방에 들어가 뜨거운 비엔나 커피와 유리 Box 속의 디제이에게 유행하던 음악을 신청해 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핑크 프로이드나 알란파스 프로젝트를 많이 청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비 오는 날이면 게오르그 잠피르가 팬플루트로 연주하던 `여름비'를 가장 많이 신청해 들었다. 반복되던 산속의 소리 같던 멜로디가 나의 마음을 너무나 행복하게 만들었었던 추억의 음악이었고, 여름날의 자연풍경이 연상되는 목가적인 음악이다.

팬플루트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신 팬에서 유래된 악기로 목신이 불었다 해서 지금의 명칭이 붙게 됐다.

목신 팬은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네 다리로 달리는 짐승의 모습을 지니고서 가축을 돌보아주곤 했는데, 그가 늘 불고 다녔다는 이 팬플루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것과도 같은 가녀린 향수를 일깨워주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팬파이프라고도 불리는 `팬플루트'는 나이라는 갈대로 만든 여러 개의 세로 피리를 연결시킨 목관악기이다. 팬플루트는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인 대금의 아름다운 음색과 클로즈업 되기도 한다.

팬플루트의 탄생지는 루마니아이고, 루마니아의 민속 음악과 민속악기인 팬플루트를 전 세계에 알린 음악가는 루마니아의 연주가 게오르그 잠피르이다.

게오르그 잠피르는 1941년 루마니아의 수도 부크레스트 근교 게스티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성장하며 보헤미아의 병사들과 함께 결혼식에서 아코디온을 연주하는 등 어릴 때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보였다.

1955년에는 부크레스트 음악원에 입학,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고 루마니아 민속예술단 시오르실리아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도 활동하였다.

게오르그 잠피르의 전성기는 1970년대이다. 이 기간에는 독일의 세계적인 제임스 라스트 오케스트라와도 활동하기도 했다. 팬플루트의 마스터, 팬플루트의 대명사, 살아있는 팬플루트의 전설이라 불리는 그의 연주는 신비하고 매혹적이며 로맨틱하다.

여름만 되면 즐겨듣는`여름비(Pluie D`Ete)', `외로운 양치기(luie D'Ete)' 같은 연주곡은 팬플루트의 신비한 음색과 게오르그 잠피르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다.

환상과 신비로움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소리와 맑은 호숫가에 드리워진 안개를 가르듯 구슬픈 선율이 마음을 적셔주는 목가적이면서도 서정미가 짙은 팬플루트의 아름다운 음색을 올 여름밤엔 대청호반이나 무심천 가에서 아름다운 연주 소리를 들으며 40년 전을 추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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