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을!
알아야 면장을!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2.07.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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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알아야 면장(免牆)을 한다”는 말이 있다. “면장도 알아야 하지”라는 비슷한 표현도 함께 쓰이고 있다. 이처럼 앎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사한 표현으로는 “아는 게 힘이다”, “너 자신을 알라” 는 등의 말도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은 대중에게 지식과 정보가 널리 전달되지 않았던 과거에도 요긴한 가르침이었지만 누구나 쉽게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에도 구체적이고 정확한 앎이 편안하고 발전적인 삶을 앞당기는 중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요긴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정작 이 문장 속에 쓰인 `면장(免牆)'이란 단어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면장'이란 단어의 의미를, 읍장이나 동장 등과 같은 선상에서 면의 행정을 통할하고 집행하는 면의 최고 책임자 즉, `면장(面長)'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체적인 대강의 의미를 알고 써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겠지만 구체적이고 정확한 앎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장을 구사하면서 그 문장 속에 쓰이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면장제'가 행해진 것은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의 국권이 상실된 `한일병합조약' 체결 한 달여 후에 일제가 수탈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행정 조직을 정비할 목적으로 `면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전에는 `면장'이란 말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쓰이던 말이다.

이 간단한 사실만 봐도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문장 속의 `면장'이란 단어는 행정 단위 중 하나인 `면'의 최고 책임자를 지칭하는 `면장(面長)'이란 단어와는 무관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문장 속에 쓰인 `면장'이란 단어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문장 속의 `면장'이란 단어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뜻을 쉽게 이해하고 알기 위해선 공자님과 그의 아들인 백어의 대화 내용을 수록하고 있는 논어 양화편 10장을 살펴보면 된다.

공자님은 아들인 백어에게 주남과 소남을 배웠느냐고 질문하신 뒤 “其猶正牆面而立也與(기유정장면이입야여)” 즉,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는다면 `담장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신다.

주남과 소남은 시경의 앞부분에 수록된 두 편의 시로 시경을 배우지 않아서 시를 모른다면 답답하고 꽉 막힌 사람이 되기 쉽다는 의미다.

이처럼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담장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꽉 막힌 `正牆面(정장면)'의 상태를 벗어나 면하라는 것이 `免正牆面(면정장면)'이고 이를 줄인 말이 바로 `免牆(면장)'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은 구체적이고 정확한 앎을 통해 담장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꽉 막힌 사람을 면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지식이 많아야만 행정 단위 중 하나인 면의 책임자인 `면장(面長)'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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