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수필가)
  • 승인 2022.07.24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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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수필가)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수필가)

 

아침부터 안 쪽방 구석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다. 무작정 떼를 쓰는 울음이 아닌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게 하는 소리이다. 1분이 아쉬운 순간이지만 재빠르게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리고 마주한 눈물로 범벅된 아이의 얼굴. 당황스러웠다.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이는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는 듯하더니 코로나가 없고, 더러운 비가 내리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며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오후 간식과 이불 가방, 학원 가방, 내 텀블러 등등 아침을 채우는 물건들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지면서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에게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내가 직전에 느꼈던 감정이 무색할 만큼 순수했다. 자신이 오늘 겨울 왕국의 엘사 콘셉트로 옷을 입었는데 마스크와 우산을 쓰면 스타일이 망가지기 때문에 속상하다는 것이다. 헛웃음이 났다. 대답이 나의 예상을 비껴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는 상황이었지만 분명한 건 아이도 나도 지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었기에,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등원시켰다. 그러고 난 후, 출근을 위해 혼자 주차장으로 돌아오며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씁쓸하게도 머리와 마음을 가장 많이 뒤덮은 건 죄책감이었다. 내가 모든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상황이 이 정도까지 악화되도록 원인 제공을 한 유일한 사람도 아니지만 나도 나의 편리함과 만족, 그리고 가끔은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무수한 잘못된 선택으로 일조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그 누구보다 소원하면서도 뒤에서는 잠깐의 쾌락을 위해 필요 이상의 물건들을 사들이며 도대체 우리는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창창한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있는 것일까. 태어나자마자 “코로나 키즈”라는 서글픈 수식어를 달고서 마스크로 어여쁜 얼굴을 가려야만 했던, 그리고 현재도 가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아직까지도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건 무엇일까.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편리해지고 다채로워졌다. 그 결과 변화에 민감한 아이들은 옛날처럼 굳이 장거리를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현실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닌 메타버스를 이용한 가상세계에서 자신들의 상상력을 맘껏 펼치고 있는 등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 공든탑들을 지켜주기 위해 이제는 점점 짙어지고 있는 기술발전의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가 들춰내야 할 때이다. 교육기관에서 환경교육, 탄소 중립 교육을 하고 행정기관에서 잘 씻어 말린 우유팩이나 폐건전지를 쓰레기봉투로 바꿔주고, 일부 단체와 개인이 쓰레기를 줍는 등의 활동도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지구의 온도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향후 몇십 년 내에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한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가슴은 여전히 답답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진정 아이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인 만큼 자립할 수 있도록 재력을 남겨줘도 좋을 것이고,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남겨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삶을 한결같이 받쳐주고 있는 “지구”를 향한 사랑을 아이 마음에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마음이야말로 지구와 인간이 현명하게 공존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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