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이웃이었나
나는 어떤 이웃이었나
  • 박영자 수필가
  • 승인 2022.07.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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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영자 수필가
박영자 수필가

 

이웃사촌은 멀리 사는 친척보다 났다고 했다. 내가 우울증으로 시달릴 때 나를 살린 것은 하느님이시만 하느님은 내 가족은 물론 내 이웃들을 동원하셨다. 일등공신은 가경천 건너 걸어서 20분 거리에 사는 동창친구 ㅅ이고, 두 번째는 나와 같은 통로에 사는 ㅍ과 ㅁ이었다. 그 세 사람은 나와 같은 카톨릭 신자다.

친구는 사흘이 멀다 하고 반찬과 간식거리를 해 날랐다. 그의 남편이 주차장 차안에서 기다리는데도 한 시간여를 나와 대화하려고 가진 애를 썼다. 나는 아무 말도 하기 싫었고, 할 말도 없었다. 그는 내 병을 안타까워하며 “그놈의 입은 왜 자물쇠를 채워 놓고 나 혼자만 떠들고 이게 뭐야? 너 죽으면 나 어쩌라고?” 별별 소리를 다 하며 내 입을 열려고 했다.

ㅍ은 나보다 열 살이나 적지만 30년 지기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같은 동에 살았는데 이 아파트에서는 한 통로에서 사니 말이다. “형님, 오늘은 미역국 끓였는데 가지고 올라갈까요? 내 대답은 ”그래“ 아니면 ”아니“의 짧은 대답이었다. 시간만 나면 올라와서 내가 키우는 꽃들을 대신 손질해 놓고 가는가 하면 설거지통에 담가 놓은 그릇도 가지런히 씻어놓고 갔다. ㅁ은 우리 성당 반 모임의 반장이다. 아직 아이들 뒷바라지가 끝나지 않은 젊은 새댁이다. 늘 나를 어려워하면서도 관심을 끊지 않았다. 음료수나 빵 같은 간식거리를 내 집 현관문에 매달아 놓고는 메시지로 알려왔다.

내가 곤경에 빠져보니 사람의 마음이 보였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무관심한 이웃이었던가. 무관심을 넘어 이기적이지 않았던가. 인색하지는 않았던가. 자책하며 나를 들여다보고 많이 반성하였다. 사람 人(인)자는 두 사람이 서로 등을 기댄 형상이다. 세상에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독불장군은 없다.

선다싱(Sundar singh) 이야기가 떠오른다. 유명한 맨발의 전도사 말이다. 그가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가 동행자를 만나서 같이 가게 되었다. 그런데 눈 위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목숨 줄이 경각에 달려있는 지경이었다. “여기에 있으면 이 사람은 죽으니, 함께 업고 갑시다.” 그 말에 동행자는 “안타깝지만 이 사람을 데려가면 우리도 살기 힘들어요.” 동행자는 그냥 가버렸다. 선다싱은 하는 수없이 노인을 등에 업고 얼마쯤 걸어가다 보니 길에서 죽은 사람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먼저 떠난 동행자였다.

훗날 어떤 이가 선다싱에게 물었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가 언제입니까?” 선다싱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지고 가야 할 짐이 없을 때,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짐이 가벼워지기를 바라지만, 그때가 위험하다는 것이 선다싱의 일침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있는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가 죽었다. 그는 군국주의자였고 히틀러와 닮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키의 양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의미 없이 비명횡사했다. 아베는 우리에게 어떤 이웃이었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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