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일 고구려 비석 충주고구려비
한반도 유일 고구려 비석 충주고구려비
  •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 승인 2022.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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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이른 아침 출근길에 퇴직하신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퇴직 후에 오랜만에 오는 전화는 대부분 본인이나 지인들의 장례 소식을 전해 주거나 아니면 자녀분들의 결혼 소식이다. 그런데 이 선배님은 다른 내용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김교장! 충주고구려비 잘 있다는 것을 보고드립니다.”

아침 출근길 뜬금없는 전화! 반갑고도 활기찬 선배님 목소리에 한참을 웃었다. 오래전에 필자가 청주에서 제천으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많은 분이 먼길 출퇴근을 걱정하는 말씀에 “충주고구려비가 잘 있는지 아침 저녁으로 확인하고 다닌다”는 말을 하면서 위로의 말씀에 응답한 적이 있다. 충주고구려비가 잘 있다는 것을 확인을 할 수 있어서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나라가 바로 `고구려'다. 고대국가에서 동아시아를 지배한 가장 강력한 나라였던 나라가 고구려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화재 및 유적이 북한이나 중국 등지에 남아있어 자랑스런 우리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접할 수 없어 너무나 아쉽다. 때문에 `충주고구려비'는 더욱 귀하고 자랑스런 유적이다. 특히 한반도에는 남아있는 고구려 비석은 이 비석 뿐이다. 그래서 국보 제20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크기는 높이가 203㎝, 너비가 55㎝되는 제법 규모가 큰 비석이다.

이 비석은 충주 외곽의 입석마을에 글자가 새겨진 돌이 있다는 정보에 따라 1979년 4월 8일 단국대학교 학술조사단에 의해 조사됐다. 발견 당시 비석의 모든 면에 이끼가 끼어 육안으로는 물론 탁본을 하여도 판독이 힘들었다고 한다. 비석의 형태는 돌기둥 형태로서 자연석을 이용해 비석의 4면을 다듬어 비문을 새긴 4면비(四面碑)다. 글자는 앞면이 10행으로 각 행 23자씩이고, 한쪽 옆면은 7행 23자씩이며, 또 한쪽의 옆면은 6행이 분명한데 뒷면은 너비로 보아서 9행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

비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앞 부분에 `고려대왕(高麗大王)'이라는 문자가 보이고 `전부대사자(前部大使者)·제위(諸位)·하부(下部)·사자(使者)' 등 모두 고구려의 관등뿐이다.

이 고구려비를 세운 목적과 배경에 대한 연구로는 첫째로 개인 공적비(功績碑)로 보고 그 주인공을 태자공, 다우환노, 장수왕으로 하는 견해, 둘째, 정계비(定界碑) 혹은 탁경비(拓境碑)로 규정한 견해, 셋째, 국왕의 순수비(巡狩碑)·순행비(巡行碑)로 이해하는 견해, 넷째, 고구려와 신라간의 회맹비(會盟碑), 다섯째로 기존 양국관계의 재확인·유지를 위한 노력의 산물 혹은 고구려 영향권에서 이탈해간 신라를 회유·포섭하여 예전 관계로의 회복을 호소하기 위한 장수왕의 정치적 의지의 산물로도 파악했다.

이 비석이 있는 마을 주위에 산등성이와 골짜기에 많은 고분이 있고, 가까이 `탑평리7층석탑' 주변에서는 삼국시대의 기와들이 수집된다. 그리고 뒤쪽 장미산에는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보이는 `장미산성'이 있다. 특히 면의 경계를 이루는 노은면에서는 일찍이 `건흥5년세재병진(建興五年歲在丙辰)'의 명문이 있는 고구려시대 금동광배(銅光背)가 출토된 일이 있어 이 지역이 역사와 문화의 중심적인 리적인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동시에 이 석비 건립의 시대적 배경과 입지적 조건 등을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유일의 고구려비이므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또한 5세기 고구려·신라 관계, 고구려 관등조직, 인명표기방식 등 문헌에 없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비석이 있는 곳에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이 세워져 있다. 한반도 유일의 고구려비와 그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시원스레 펼쳐지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충주에서 발견된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와 장미산성을 비롯한 고구려 유적지를 찾아서 땀을 흘려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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