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으려다 빼앗긴다(4)
빼앗으려다 빼앗긴다(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2.07.14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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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나라(奈良)시 야마토사이다이지 역 인근에서 유세 연설을 하던 중 총을 맞아 쓰러졌다. 그는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나라현에서 가두연설을 하던 도중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하였다. 일본 우익의 상징적인 정치인이자 일본에서 역대 최장수 총리로 군림해 왔던 아베 신조 전 총리다.

일본 아베 총리를 생각하면 두 사람이 떠오른다. 영국 존슨 수상과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자들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이다.

존슨은 총리직에 오른 뒤 3년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결정타는 내각 인사들의 줄사퇴였다. 장관과 의회 관계자 등 50명이 넘는 인사가 줄줄이 사직하며 존슨 총리의 사퇴를 종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 영국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규모의 사임”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 리더십이 회복불가능하게 된 건 거듭된 거짓말이었다.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가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난 뒤 과거 성비위 문제까지 논란이 됐지만 존슨 총리는 감싸주기와 말 바꾸기에 급급하면서 도덕성과 신뢰도가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기존 입장을 접고 하원의 1·6 의사당 난동 사태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했다. 지난해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대선 결과를 물리력으로 뒤집으려던 난동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아는 그의 증언 내용에 따라 미국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배넌이 하원 조사위에 보낸 서한에서 그동안의 입장을 번복해 증언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증언과 자료 제출 요구에 완강한 거부 의사를 보이며 조사위를 조롱하기까지 한 배넌이 입장을 바꾼 것은 처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하려던 트럼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아베 신조의 친조부는 제56·57대 내각총리대신을 역임한 기시 노부스케이며, 외종조부(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의 친동생)는 제61·62·63대 내각총리대신을 역임한 사토 에이사쿠이다. 이렇듯 세습 정치 가문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훗날 아베는 “어려서부터 나와 가까운 곳에 정치가 있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야구선수를 꿈꾸기도 했으며, TV를 즐겨보며 형사가 되기를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2020년 아베 신조는 전 세계에 팬데믹 상황을 가져온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무력한 대처로 지지도가 추락하고, 오랜 지병이었던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에 따라 건강이 악화되면서 총리직 사퇴의 의사를 밝혔다. 내각이 총사퇴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내각이 뒤를 이었다. 아베 신조는 총리 재임 기간 연속 2822일과 통산 3188일로 역대 최장의 재임 기록을 세웠다.

아베 신조는 퇴임 후 건강 회복에 노력하면서 당대 최대 파벌의 수장으로 정계 활동을 이어갔으며, 2021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10선의 기록을 세웠다.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재개하면서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니시다이지역 앞에서 제26회 참의원 의원 선거를 위한 지원 연설을 시작하던 중 나라 시에 거주하는 전 해상자위대 장교 출신 야마가미 데쓰야의 수제총 저격을 받아 심폐 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지난 수요일 조촐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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