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보는 법
`우영우' 보는 법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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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노란 버스가 있다. 큰길로 접어들면 이 버스가 눈앞에 있는데, 날마다 이 버스를 타려고 샛길부터 걸음을 재촉하는 일행의 모습에 나는 익숙하다.

대부분의 내 아침 출근길을 숙연하게 하는 이 버스는 몸이, 그리고 마음이 불편하고 아픈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특수학교의 통학 차량이다. 몸둥이는 엄마보다 훨씬 커다란데 엄마 손을 하루도 놓지 못하는 아이. 어쩌다가 시간이 늦었는지 그 큰 몸을 들쳐업고 뛰는 엄마의 모습을 목격한 날, 터져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지각을 하고 말았다. 그날 이후 나는 출근길 내내 그 노란 버스를 앞지르지 못한 채 뒤를 따르며 `불편하고 조금 아픈' 아이들과 가족들의 장엄한 등굣길을 지켜보는 것으로 위로하며 격려하고 있다.

방영 2주 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지금은 다니지 않는 출근길의 무거운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우영우'를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유튜브를 통해서 부분 부분을 되새겨 보면서도 나는 불편하다.

16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아직 12회나 방영분이 남아 있으므로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지고 이어지며, 어떻게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로 표현된 소개 글대로 범상치 않은 시도임은 틀림없다. 그러므로 시청하는 일조차 그저 간단하지 않은데, 이 아무렇지도 않은 `이상한'이라는 제목도 사뭇 불편하다.

`이상하다'는 것은 `정상'과 다르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정상적인 것과 달라 별나거나 색다르다', `기능이나 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다', `의문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데가 있다'는 뜻풀이가 있다.

`이상한 변호사'에서 `이상한' 것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몸과 마음이 아프거나 다름의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아직 섣부르게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작가와 연출가, 등장인물의 서사는 물론 시청자의 판단도 그렇게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지극히 `정상'인 사람들이 명징하게 `정상적'인 사회에서 저지르는 `이상한' 짓거리를 통렬하게 파헤치고 도려내는 천재적 자폐 스펙트럼의 비장한 `이상함'에 열광할 수 있는 드라마 신드롬이 만들어질 수 있길 학수고대한다.

부정적인 뉘앙스로 가득 차 있는 `이상하다'는 단어 뜻풀이만큼 우리는 아주 흔하고 무차별적으로 `다른'것을 `틀린' 것으로 단정하고 호도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자신보다 모자란 것을 보듬는 사회적 아량의 품은 기대하기 어렵고, 나와 다른 생각은 무조건 `틀린'것으로 규정하면서 적대시하는 사회는 대부분 지극히 건강한 사람들의 진영논리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엉뚱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의 처지에 있음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다. 오히려 정상인의 범주에서도 월등한 실력을 인정받는 변호사 세계에서 그들이 관습처럼 여겨왔던 틀에 박힌 규칙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천재성을 순수함의 힘을 통해 발휘하기도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여태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특별한 고난의 세상에 대해 흥미롭게 언급하면서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걸작이다.

자폐 스렉트럼에 대한, 그런 사람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완벽에 가깝게 캐릭터를 구현하고 있는 배우 박은빈의 투혼의 연기도 놀라울 따름이고, 흔한 빌런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훈훈한 서사도 안정적이다.

그러므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적당하게 불편한 긴장감과 더불어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공동선을 바탕으로 시청의 몰입과 함께 감동을 동반하는 깨달음의 경지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다만 천재성을 겸비한 자폐 스펙트럼이 아니라도, `앞으로도 뒤로도 우영우'처럼 돌봄과 보살핌, 그 나눔과 봉사가 엘리트적으로 순서에 따라 차별되지 않는 세상. 어떤 아픔도 부족함도, 누군가에게는 절정의 기쁨이 되는 순간일 수 있는 세상, 모처럼 기다려지는 드라마가 있다.

부디 세상의 모든 노란 버스가 아침마다 안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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