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은 구두
돌아오지 않은 구두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2.07.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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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동공이 커지면서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구두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웬 낡고 남루한 구두 하나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 구두를 본 식당사장인 지인은 낡은 구두의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 듯했다. 그리고 곧바로 연락을 취했지만, 구두를 바꿔 신고 간 것만 확인하였을 뿐 지금은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인의 이웃동네에 사는 사람이었다. 술에 취해 착각으로 인한 실수쯤으로 여겨야 했다. 영한은 하는 수 없이 내일을 기약하며 슬리퍼를 신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런 일이 있게 된 것은 어느 날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도 할 겸 지인과 술도 한 잔 나누려고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분주하고 빠듯한 일손 때문에 지인과 이야기라도 나눌 양이면 고객들이 모두 돌아간 시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얼마 후 지인과 오랜만에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음이 익어갔지만 시간은 깊고 으슥한 어둠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기다림은 지루하고 길지만 만남은 스치듯 짧은 것이었다. 어느새 식당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왔다. 영한은 헤어짐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만 했다. 그런데 영한은 신발장 주변을 언뜻 보는 순간 구두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당황스러워하고 있을 때 그나마 지인의 도움으로 구두의 행방은 확인하였지만 기분은 영 찝찝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잠깐의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착잡한 마음으로 기다림이 지루해 지인에게 전화했다. 지인은 그가 아직도 구두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바빠서 전화를 끊는다고 했다. 더 이상 재촉하는 것은 부담과 무리가 있는 듯 보였다. 지인 또한 영한에 대한 부담감과 그에게 타이를 만큼 성의를 다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안타까워했다. 얼마 지나 지인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가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다면서 영한에게 조금만 기다려 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인의 분주함과 영한의 분주함이 구두 찾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얽힌 시간은 그들도 일과에 쫓겨 하루 이틀을 지나 일주일을 건너뛰고 있었다. 그럼에도 구두는 돌아오지 않았다. 영한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조차 부담이 갔다. 어찌 보면 그런 일로 지인과의 끈끈한 우정에 금이 갈까 봐 책임을 묻듯이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영한은 구두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새로 산 명품 구두가 아니라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그래서 그 사람의 진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보름을 지나 한 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구두는 돌아오지 않았다.

실수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실수들 중에는 그 성격이 여러 유형으로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그 성격이 돌이킬 수 있는 실수가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야 어쩔 수 없다지만 돌이킬 수 있는 실수라면 그 해법에 따라 원만하게 처리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의 진실성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거기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엿볼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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