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국문화의 위상과 허상
K-한국문화의 위상과 허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7.04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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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K-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열광이 뜨겁다.

드넓은 지구가 과학기술 덕분에 지구촌으로 좁혀지면서 한국의 위상도 문화 저력에 힘입어 급상승했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이란 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가고 싶은 나라로 꼽히는 데에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국경을 초월해 동시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음악과 영화, 드라마, 클래식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역사이래 문화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위세는 언제든지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어렵게 끌어올린 글로벌 K-문화파워가 국내여건과 괴리를 보이면서 문화강국으로의 지속성도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세계 젊은이들의 음악 아이콘이 된 그룹 BTS는 비틀스와 견줄 정도로 막강한 음원파워를 자랑한다. 그들이 선두주자가 된 K-POP은 꿈의 빌보드를 점령하며 한국 노래를 전 세계인들이 떼창으로 부르는 시대가 되었다.

해외 공연 한번으로 수천억대의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 그룹의 탄생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가난한 아시아 국가로 취급받던 한국임을 생각하면 상상 그 이상이다. 이 같은 K-POP의 인기는 또 다른 한국의 문화산업으로 확장되며 긍정의 시너지를 보태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 명성과 비교하면 그룹 BTS의 국내 상황은 인기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군입대에 걸려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정부 차원에서 수차례 논의되는 BTS 병역특례는 아무런 결론도 없이 국민 여론을 핑계로 차일피일 이다. 왕성한 국외활동으로 국익을 도모할 시기에 발이 묶인 BTS의 활동 중단은 K-POP 신드롬이라는 호기마저 놓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군 면제는 아니더라도 입대 시기를 조율해 국익을 도모하는 것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율적인 판단조차 손을 놓고 있다.

국악계나 클래식계의 콩쿠르 수상이력이 군 면제 대상인 것과 비교할 때 대중문화의 국위선양에 따른 제도 개선의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가 하면 국내 영화 산업의 현실은 냉혹하다. 관객 수가 좌우하는 영화산업이라지만 박찬욱이란 걸출한 감독조차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영화 `헤어질 결심'이 지난달 개봉했지만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미미하다. 세계 영화인들의 찬사에도 국내 영화관람객들의 입맛은 아직도 액션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와 탑건이 1000만, 300만 관객 수를 자랑하는 것과 비교할 때 개봉 일주일에 50만 관객 동원은 제작자들에겐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칸의 명성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높은 벽을 뚫고 세계에 우뚝 샀다는 것은 한국영화의 힘이다.

하지만 훌륭한 영화에 대한 자국 관객들의 외면은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어갈 동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장면 한 장면에 쏟은 감독과 배우의 열정이 관객들에 의해 발견되고 해석될 때 영화산업은 다양하고 풍성해져서 세계영화계를 뒤흔들 수 있다.

문화의 힘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18세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다시 한번 한국문화 위상을 확인시켜주고 있지만 국내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문화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고, K-문화 열기가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탄탄한 뒷받침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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