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백합이 된 왕원추리
하루백합이 된 왕원추리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22.07.03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요즈음 색상이 다양한 하루백합이 한창이다. ‘데이릴리’라는 이름으로 수십 종이 개량되어 판매되고 있는 꽃이다. 꽃이 피어 하루 만에 지고 꽃이 백합을 닮아 하루백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원추리와 백합은 같은 백합과 식물이기는 하지만 속이 다르다. 하루백합은 이름만 백합이지 실제는 왕원추리를 개량한 원추리 종류이다. 영명이 ‘day-lily(데이 릴리)’이니 잘못된 것은 아니고 우리말로 지은 이름이 좀 거슬린다. 어찌 되었던 원추리에 대해 알아보자.

원추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 모양은 백합하고 비슷하나 잎과 구근 모양이 백합하고는 다른 식물이다. 백합은 줄기가 있어 잎이 달려 있으나 원추리는 줄기가 없이 잎이 2줄로 마주나와 늘어선다. 그리고 백합은 비늘줄기로 된 구근이 있는데 원추리는 고구마처럼 원뿔모양으로 굵어지는 덩이뿌리인 것이 다르다.

원추리는 지난해의 잎이 마른 채로 새잎이 나올 때 까지 새싹을 보호하고 있어 자식을 사랑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모애초(母愛草)’라고도 한다. 잎이 넓어 넘나물이라고도 하여 어린잎을 끓여 먹는데 근심을 잊게 한다고 하여 망우초라고도 한다. 그러나 잎이 자라면서 콜히친 성분이 증가해 설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덩이뿌리는 녹말이 많아 멧돼지도 즐겨 먹는데 예전엔 구황식물이었다. 여인이 몸에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의남초(宜男草)라고도 한다. 또 원추리를 훤초(萱草)라고도 한다.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를 때 훤당(萱堂)이라고 하는데 ‘훤’은 원추리를 뜻하며 이는 여인들 처소 뜰에 원추리를 심었기에 생긴 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종의 원추리가 자생하고 있는데 최근의 분류 검색표에 따라 분류해 보자. 원추리는 저녁에 피어 다음 날 아침에 지는 야간형(애기, 노랑, 골잎)이 있고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주간형(큰, 각시, 태안, 홍도, 백운산, 왕, 겹왕)으로 구별한다. 애기원추리와 노랑원추리는 꽃은 다른 원추리처럼 붉은색이 포함되지 않은 연한 노란색 꽃이 핀다. 그러나 노랑원추리는 뿌리가 굵어지지 않는 것이 다른 원추리와 차이점이다. 골잎원추리는 잎 표면에 깊은 골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주간형으로 큰원추리와 각시원추리는 잎이 꽃자루보다 길고 작은 꽃자루가 뭉쳐있다. 큰원추리는 꽃잎의 길이가 너비의 네 배 정도 큰 것이 특징이며 각시원추리는 두 배 정도이다. 왕원추리는 원추리보다 꽃이 크고 수술과 암술이 꽃잎처럼 변해 겹꽃처럼 보이며 주황색 바탕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왕원추리 중에서 꽃잎이 홑꽃인 종을 홑왕원추리라 한다. 그리고 태안, 홍도, 백운산원추리는 꽃자루와 잎의 크기 등으로 분류되는 데 정작 기본종인 원추리 이름은 없어졌다. 백운산원추리의 특성이 기존의 원추리 특성에 가장 가까운 것 같은데 굳이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왜 붙였을까 의심스럽다. 아무튼 이 모든 종들은 새로운 원추리 종을 만드는 교배 원종으로 귀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식물들이다.

십 오륙년 전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 화단에 심겨진 원추리를 보았다. 우리나라 원추리와 너무 비슷해 여기도 원추리가 자생하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가져가 수천종의 원예종을 개발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나라 왕원추리를 개량한 하루백합이 역수입으로 들어오는 실정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것을 우리가 먼저 개량할 여유가 없었던가? 우리나라 육종학의 선구자였던 우장춘 박사가 이를 알면 어찌 생각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