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양극화 갈 데까지 갔다
임금 양극화 갈 데까지 갔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7.0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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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회·경제적 품질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는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자살, 교통사고, 노인빈곤, 산재사망, 어린이 행복체감도 등 꼴찌를 차지한 분야만 꼽기에도 손가락이 모자란다. 이 우울한 지수들이 대체로 약자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그중 하나다. 우리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59.8% 수준으로 EU 15개국 평균인 75.7%에 크게 못미친다.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최근에는 격차가 더 벌어진 것 같다.

기획재정부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50.6%에 불과했다. 2002년만 해도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70%에 달했다. 20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대기업이 61곳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프랑스·일본 등의 대기업들이 한참 뒤처질 정도다. 반면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들의 임금은 200만원 안팎에 그쳐 최저 임금 언저리를 맴돈다. 대기업을 키우면 그 성과가 아래서 떠받치는 중소기업으로 스며들어 동반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낙수효과는 허울에 그쳤다.

임금 구조가 이렇게 기울다보니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마다 진통을 겪곤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저임금이 5.0% 인상된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분통을 터트린다. 노동계는 올해 예상되는 물가 인상분(6%)도 반영하지 못해 사실상 삭감된 액수라고 반발했다.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악전고투해온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의 회복 의지를 꺽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폐업을 하겠다며 거리로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얼마 전 대기업과 일부 IT기업에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초고속 물가인상이 악성 인플레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시장의 자유와 기업의 자율을 줄기차게 외쳐온 정부가 기업 임금 책정에 개입할 정도로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확한 현실 인식은 인정할만 하지만 대기업 임금 동결이 경제위기 극복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대기업 최고 경영자의 평균 연봉이 19억원에 육박해 일반 직원과의 격차가 21배에 달한다고 한다. 순서를 따진다면 이들의 임금부터 논해야하지 않을까?

대기업은 임금을 덜 올렸으면 좋겠다는 정부의 통사정에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고, 소상공인들은 대기업 임금의 5분의 1에 불과한 최저 임금도 감당할 수 없다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양 극단의 상황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임금 양극화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경고하는 장면이다.

추 부총리도 문제의식을 갖고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는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확대해 근로취약 계층의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했다. 진단을 했으면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대기업 임금을 잠시 억누른다고 임금 양극화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중소 협력업체들의 헌신적 기여를 빼놓고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을 말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에 과실이 집중되는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하겠지만 우선 협력업체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그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반도체 산업 육성에 국운을 걸겠다는 기세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대기업의 갑질과 탐욕에 제동을 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살리기 특위'도 함께 운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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