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 예찬
안젤라 예찬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2.06.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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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안젤라는 `마당 정원 예원'의 주인이다. 결혼 후 30년이 넘게 살던 도시 생활을 스스로 정리하고, 꽃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녀를 `안젤라, 예원, 꾸밀래, 리본녀'라고 부른다. `안젤라'는 천주교 세례명이고, `예원'은 예쁜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라고 남편이 지어준 예명이다. `꾸밀래'는 집을 이름답게 잘 꾸며서 이웃이 붙여준 이름이고, `리본녀'는 작은 선물이라도 언제나 종이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하여 준다고 성당 교우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하느님이 그녀에게 선물한 첫 번째 본성(本性)은 `아름다움(beauty)'이다. 자연, 물건, 공간 무엇이라도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아름다워진다. 도시에서 살던 집도 아름다웠지만, 시부모님들이 사시던 고향 집과 마당을 꽃과 나무가 가득한 더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모시켰다. 가끔 나가는 케이터링에서도 공간을 바꾸는 마술을 부린다. 그녀가 만든 공간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소박함이 모여 아름다움을 만들고, 아름다움은 쉼을 준다.

그녀가 받은 두 번째 본성은 `특별함(창의성)'이다. 그녀는 매와 같은 심미안을 가졌다. 사람들과 같은 것을 보는데도 다른 것을 발견한다.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집에는 이런 연유로 독특하고 특별한 물건이 많다. 그녀의 화원에는 희귀한 꽃들이 자란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상에 독특함이 깃든 그녀의 공간은 그래서 더 특별하고 아름답다. 마당 정원 예원은 이러한 그녀의 특별함이 탄생시킨 공간이다.

모든 것은 재미에서 시작된다. 재미에 뜻이 더해지면 의미가 된다. 의미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 창의다. 그녀의 창의는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곳에서 절정에 달한다. 물건의 쓰임을 다르게 해석하고 다른 의미로 변모시킨다. 다른 것을 연결하고 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낸다. 그녀의 집에 있는 물건은 원래 목적을 넘어 새로운 의미로 다시 태어난다.

그녀의 세 번째 본성은 `헌신(獻身)'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세상이 끝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다. 모든 아름다움에는 희생과 헌신이 요구된다. 깨끗하다면 누군가는 땀 흘려 청소한 것이다. 안젤라가 만드는 독특함과 아름다움은 그녀의 묵묵한 땀방울에서 시작된다. 그와 연결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과 편안함은 그녀의 수고와 애씀 덕분이다. 그녀는 자기를 희생한다. 가족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서도 헌신한다. 헌신하지 않는 것은 거래가 된다. 거래는 이익이 없어지면 소멸하지만, 헌신은 계속된다.

안젤라는 세상과 일상을 독특하게 발견한다. 사물과 공간을 새롭게 연결하여, 아름답고 고귀하게 만든다. 헌신과 땀방울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한다. 그녀의 영혼의 깊이와 노동의 수고가 만든 마당 정원 예원에 오늘도 이웃이 찾아온다. 아름다운 공간에 시간이 멈춘다. 돌아갈 생각을 잊게 만든다. 중력의 힘으로 탄생한 블랙홀이 시간을 멈춘 것처럼, 아름다움의 깊이가 만든 예원의 시간도 멈추어 선다. 찰나가 영원으로 바뀐다. 순간에 집중하고 지금에 몰입한다. 순식간에 세상이 하늘나라로 변모한다. 궁극의 행복 경험은 시간의 멈춤에 있다. 아름다움과 특별함, 헌신을 간직한 그녀의 시간과 공간에 살 수 있어 행복하다. 한줄기 소나기가 쏟아져 태양의 열기를 식혀준다. 마당 정원 예원의 황홀한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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