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비행기
어린 왕자의 비행기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2.06.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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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신영복 교수는 진정한 독서란 글을 읽고, 그 글을 집필한 필자를 읽어야 하며 마지막에는 그 글을 읽는 독자 자신을 읽는 것이라 했다.

작가가 한 권의 글을 쓰려면 자신의 온 삶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러니 독자가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작품뿐 아니라 작가를 이해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작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독자는 드물다. 그렇게 작가를 생각지도 않고 읽은 책은 가슴에 남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리 깊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생텍쥐페리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다.

아니 그때는 사실 생텍쥐페리를 알게 되었다기보다 `어린 왕자'를 알았다고 해야겠다. 그때 나는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였고 그래서 마음이 울적할 때는 노트에 시를 짓곤 했다.

그러니 《어린 왕자》를 읽고 내 마음이 어땠을지는 상상이 가고도 남을 일이다. 너무도 순수한 어린왕자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그 후로도 나는 30대에 논술 지도를 하면서 `어린 왕자'를 만났다. 논술 수업에서는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삶까지 살펴보게 된다. 어찌 보면 내가 생텍쥐페리를 알게 된 것은 그때일 것이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공군 장교였다. 북서 아프리카·남대서양·남아메리카 항공로의 개척자이며, 야간 비행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을 통한 생텍쥐페리에 대한 검색결과이다. 그는 1940년 프랑스가 독일군에 함락되자 미국으로 망명한다. 망명생활을 하면서 그의 고뇌는 깊어갔고, 그러면서 집필한 작품이 `어린 왕자'였다. 그리고 그는 조국을 위해 다시 부대에 복귀하고 정찰 비행 중 독일군의 전투기에 격추당해 죽음을 맞는다.

`야간 비행'은 1929년 조종사로서 자신의 경험과 소회를 담은 `남방 우편기'를 출간하고 난 2년 후에 나온 책이다. 항공사의 최고 책임자 리비에르와 비행기 조종사 파비앵을 주축으로 전개된다. 리비에르는 원리원칙의 소유자다. 사실 `리비에르'의 모델은 작가가 실제 조종사로 근무했던 항공 우편회사의 영업부장 `디디에 도라'라는 사람이었다. 작품 속 리비에르는 조종사들의 나태함이나 작은 실수가 큰 재앙을 불러온다는 생각에 모든 직원들에게 엄격하게 행동한다. 파비앵은 결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종사이다. 언제나 죽음에 맞서는 비행이었지만 자신의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 폭풍우에 휩싸인 비행기가 길을 잃고 보석처럼 빼곡히 들어찬 별들 사이에서 헤맬 때도 파비앵은 `너무나 아름답군.'이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파비앵은 그 보석의 방에 갇혀 실종되어 돌아오지 못한다. 리비에르는 실종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파비앵의 목소리, 웃음, 미소를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을 지켜보는 직원들 앞에서는 언제나 의연하다.

많은 독자는 `리비에르'가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왠지 파비앵이란 인물에게서 생텍쥐페리가 더 많이 보였다. 죽음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찰 비행을 갔던 생텍쥐페리, 결국 작품 속 파비앵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서다. `야간 비행'이 나오고 13년 후 생텍쥐페리는 파비앵처럼 실종이 되어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니 작가 자신의 미래를 암시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하늘이 맑다. 어제는 그리 번개와 비바람이 요란하더니 생시침을 떼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하늘에서는 폭풍우가 불어대는 밤이 있을 것이고, 그 깜깜하고 두려운 밤하늘을 헤쳐나가는 조종사가 있을 것이다. 나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도 어둡고 무서운 저편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위대한 용기도 함께 생각한다. 이런 게 바로 책 한 권이 주는 울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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