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재 개발보다 보존 우선돼야
지역문화재 개발보다 보존 우선돼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6.27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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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 월오동에 고인돌 공원이 조성되었다. 이곳은 2019년 충북안전체험관 건립을 위해 땅을 파던 중 다량의 고인돌이 발견되면서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학계에선 전국에서 출토된 고인돌 양식 모두를 월오동에서 볼 수 있다는 점과 무덤 위에 무덤을 조성해 재활용된 점 등이 보고되면서 충북지역만의 고인돌 문화로 언급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랬던 월오동 고인돌 군 출토지에 안전체험관이 건립되면서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주변에 체육 관련 건축물이 조성되면서 부지 한 켠에 월오동고인돌 공원이 만들어졌다.

고인돌이란 야외 공원의 특수성도 있지만, 문화재의 가치에 비해 공원 규모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지역주민들도 모르는 고인돌 공원이고 보면 흉내 내기에 그친 수준이다.

2700여 년 전 청주에 살았던 선조의 흔적은 오랜 역사성과 가치성, 특별성에도 개발 명목에 밀려나 훼손된 것이다.

지역사 베일을 벗겨줄 단초가 되는 문화재 파괴는 월오동 고인돌만이 아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1지구에서 발굴조사된 수많은 마한 백제의 문화유적은 아파트 단지 건설로 그대로 파괴되고 말았다. 1지구 전체가 유적지였던 그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백제권 최대라 일컫는 유적 내 5백여 유구는 모형과 복제품으로 시늉에 그친 채 소규모 전시관에 남겼다.

이처럼 개발논리는 유구한 역사유적마저도 현대 건축물에 자리를 내주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보존을 요구했던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개발 앞에 무력해졌다. 광대한 유적지 사라진 뒤 두고두고 아쉬워한들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10여 년 전부터 지역을 살리는 미래 먹거리로 문화산업을 꼽는다. 문화가 돈으로 환산되며 새로운 지역경제에 출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산업에는 관광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고유한 지역성에 주목한 관광객들이 많이 증가했다.

그곳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지역의 정서와 감성이 소도시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다움이 지역을 살리는 문화코드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충북은 여행족들에겐 밋밋한 도시로 인식된 지 오래다. 역동적이거나 특별한 지역문화를 느끼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축제와 비슷한 도시의 모습, 어디를 가도 경험할 수 있는 비슷한 체험이라면 굳이 충북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민 스스로도 갈 곳이 없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회자되는 이유다. 충북의 정체성 찾기를 그토록 외치면서 정작 지역사 그 자체인 문화재를 소홀히 다루면서 역사도시라는 말도 허명이 되어가고 있다.

지역다움으로 바라본다면 충북의 미래 문화산업도 가능성은 크다.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다움이 담보된다.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있는 것도 보존하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지역성의 부재가 더 큰 문제다. 개발로 얻어진 이익은 결코 지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의 문화재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있고, 지역민들에 자긍심을 심어준다.

하나의 유물이 지역의 정체성이 되어 지역의 문화산업을 견인할 수 있다.

최근 충북도의회 신청사 건립사업 공사현장 부지에서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과 유적들이 무더기로 출토됐다. 3개 문화층이 조사되면서 신청사 건립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소식이지만 신청사 건립이 급한 게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파편화된 지역사를 조명해야 한다. 또다시 지역사를 외면하고 파괴하는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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