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뇌 vs 인간의 뇌
뱀의 뇌 vs 인간의 뇌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06.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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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힘겹게 타부서 직원과 업무 관련 입씨름을 하고 있지만, 흥분한 두 사람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서로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결국 얼굴을 붉히며 돌아섰고, 나는 벽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분통을 터트린다.

`혼자 밥 먹지 마라'의 저자 페라지는 벽에 머리를 박는 일을 그만두고, 대신 벽의 약한 부분을 찾아내어 그 부분을 공략하라고 조언한다. 벽을 구성하는 것 중에는 틈새와 무른 벽돌(상대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찾아낸다면 강력해 보였던 방어벽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 3개 층의 뇌

정신의학자 고울스톤(M. Goulston)에 의하면 사람의 뇌는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원시적인`파충류(뱀)'의 층, 좀 더 진화된`포유류(토끼)'의 층, 그리고`영장류(인간)'의 층이 그것이다.

파충류의 뇌는 뇌의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즉각적인 행동과 반응을 관장한다. 세상으로부터 커다란 위협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작동하는 뇌이다. 포유류의 뇌는 중간에 위치하여 사랑, 기쁨, 분노, 질투 등의 감정을 주관한다. 영장류의 뇌는 가장 바깥쪽에 있으며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에서 수집한 정보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결정을 내리는 기능을 한다.

이 3개의 뇌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별개의 뇌처럼 기능하기도 하며 서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가 주도권을 잡고, 논리적인 영장류의 뇌는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의 저자 고울스톤은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진지한 대화를 할 때는 영장류의 뇌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잔뜩 흥분해 있거나 반항하는 사람은 대개 뱀의 뇌나 토끼의 뇌 상태에 있어 인간의 뇌가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이다. 결국 이런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를 하려면 `뱀의 뇌'에서 `토끼의 뇌', 그리고`인간의 뇌'로 상대의 뇌 상태를 옮겨가게 해야 한다.

한밤중에 멧돼지의 공격이나 갑작스런 상대방의 공격적인 말 또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위 등에 노출되면 대부분 뱀의 뇌나 토기의 뇌가 작동한다. 감정과 사고를 조정하는 인간의 뇌는 통제권을 상실하고 대신 `뱀'이 인간을 조정하게 된다. 이때 사실과 논리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어떤 개입을 통해서라도 흥분한 상대가 바깥쪽 뇌, 즉 인간의 뇌가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거울이 되어

사람은 끊임없이 세상을 거울처럼 반영(反影, reflection)하면서 세상의 요구에 순응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세상을 반영할 때마다 나는 그 보상으로 누군가 역시 나를 거울처럼 반영해주기를 갈망하게 된다. 그런데 그 갈망이 채워지지 않게 되면 결핍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결핍은 삶의 깊은 고통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자신이 세상에 주는 만큼 세상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했다고 느끼며 절망하면 우리의 뇌는`뱀의 뇌'상태로 변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결핍 때문에 누군가 조금이라도 나의 고통을 반영해주거나 성공을 인정해주면 감동을 받고 `인간의 뇌' 상태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둘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틈새를 발견하게 된다.

벽에 머리를 박는 일을 그만두고, 대신 벽의 약한 부분을 찾는 일은 상대방을 잘 반영하여 그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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