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으로 향하는 통과의례
성숙으로 향하는 통과의례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06.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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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인간의 성장은 생애 전체에 걸쳐 다차원적이고 다방향적으로 이루어지며, 일정한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며 발달한다. 근대에 들어서며 인지, 심리, 도덕성, 사회성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달 단계를 제시하기 시작했고, 현대에도 새로운 용어로 채운 새로운 발달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전제 삼는 것이 있으니, ‘사람은 누구나 모든 단계를 반드시 거치며 성장한다. 단, 개인의 기질에 따라 그 단계에서 오래 머물 수도, 단시간에 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 알고 세밀히 살피며 기다리라’ 권한다. 앉기를 건너띄우고 걸음마 하기를 바라지 말란 얘기다. 
 
어느 때든 다음 단계로 들어가려면 이전과 다른 문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너머의 발전된 단계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문턱 앞에 다다르면 우리는 다음 단계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의식을 계획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기대감으로 상쇄시키고, 다음 단계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의례’를 행한다. 이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의례’지만 이전의 자기와 거리두기를 하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성년식이 대표적인 예이나 단시간에 걸쳐 빠르게 여러 단계를 넘나드는 어린아이들에게 적용하는 예가 더 많다. 
 
그림책 <부엉이와 보름달/존 쇤헤르 그림·제인 욜런 글·박향주 옮김/시공사> 또한 추위가 매서운 한밤에 아빠와 함께 부엉이를 보고 오는 경험을 하며 성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과의례를 치르는 이야기다. 부모는 그저 부엉이를 보고 오는 것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알아채길 기대하며 행하는 것일까? 나이 어린 여자 주인공을 따라가며 그림책을 찬찬히 보면 느낄 수 있다. 가슴 조여오는 두려움이 통과의례를 성공적으로 해낸 후 오는 희열로 바뀌는 과정과 다음 단계, 그다음 단계에 대해 품는 소망의 결을 느낄 수 있다.
 
아빠는 아이가 경험을 감내할 때와 부엉이를 만날 수 있는 자연의 때를 기다린다. 바람도 잦아들어 사위가 적막한, 거기에 달빛이 밝은 밤! 기다리던 때가 왔다. 아이도 이 순간을 기다렸다. 부모님과 오빠들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거기에 속한다는 기대감을 품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 나가는 기대는 한밤에 나간다는 두려움을 상쇄시키지 못했다. 열려 있는 문 앞에서 아이는 멈칫한다. 허나 가족들의 격려와 지지는 아이를 나서게 한다. 밀려오는 긴장감은 멀리서 들려오는 기적소리와 컹컹 짖는 개들의 소리도 지척으로 끌어들이게 했고, 아빠의 빠른 걸음은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는 초조함에 아이를 뛰게 했다. 아이는 온몸으로 들어오는 긴장감을, 부엉이 구경을 위해 침묵해야 하는 때가 있음을 알아간다. 
 
“부우우우엉 &#8211; 부우우우엉” 아빠의 부름에도 부엉이는 쉬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는 실망하지 않는다. ‘부엉이를 본 날도 있었고, 부엉이를 못 본 날도 있었’다는 오빠들이 의기양양하여 호기롭게 말하던 경험담을 들어 이미 알고 있기에 그랬다. 아이는 실패를 할 수도 있다는 것과 ‘다시 한 번 더!’를 자연스레 몸으로 익히는 순간이다. 
 
아빠는 부엉이를 찾아 나무들이 우거진 숲으로 점점 더 들어간다. 얼음 손으로 등을 쓸어내리는 듯한 추위에도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따뜻하게 해야 한다며 다그치던 아빠! ‘부엉이 구경을 나가서는 용감해야 해’라며 속으로 다독이며 묵묵히 용감한 척 걷는 아이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아이의 손을 꼭 잡아 준다. ‘네 곁에는 언제나 아빠가 있어!’라고 응원하는 듯한 아빠의 마음이 아이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고스란히 와 닿는 장면이다. 
 
독일 학자 빌 발테스의 전생애 발달 관점론에 따르면 대부분 개인의 능력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많은 기술과 능력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 지속되거나 증가할 수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해 주는 어린 시절의 건강한 경험은, 자기다운 삶을 살게 하는 시발점이며 기반이 됨이 자명하다. 발전된 단계로 가기 위한 일련의 통과의례! 이는 성숙으로 향하는 길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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