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교통섬 … 되레 보행자 안전 위협
우후죽순 교통섬 … 되레 보행자 안전 위협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6.15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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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사고 유발하는 교통섬 (상)
청주 흥덕구 강서삼거리 지난 11일 2명 사망사고
우회전 차량 대부분 쌩쌩 … 보행자 우선 원칙 뒷전
폭 좁고 화물차 통행 잦아 아찔한 장면 자주 포착
15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에 위치한 강서삼거리. 차량들이 평화교회 앞 도로부터 출발해 교통섬을 지나 석곡사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15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에 위치한 강서삼거리. 차량들이 평화교회 앞 도로부터 출발해 교통섬을 지나 석곡사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보행자와 운전자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교차로나 차도 분기점에 설치한 교통섬이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에 위치한 강서삼거리. 며칠 전 2명이 숨진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이곳에는 교차로 한 가운데 교통섬이 설치돼 있다. 15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이곳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지켜봤다.

삼거리 교차로를 지나 석곡사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차량들과 횡단보도를 건너 교통섬으로 건너 가려는 보행자들이 뒤섞여 자칫 사고로 이어질 것 같은 아찔한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인도에서 5m거리의 교통섬까지 건너려는 보행자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회전 차량을 기다리다 못해 횡단보도로 불쑥 뛰어 들기 일쑤였다.

순간 무심코 우회전하던 차량은 급정거를 할 수밖에 없다. 차량이 보행자를 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다.

교통섬까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 중인 보행자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거나 정차하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되레 속도를 더 내 빠르게 횡단보도를 통과했다. 심지어 보행자를 위협하듯 경적을 울리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

두시간 동안 이 지점을 통과해 우회전한 차량 대수는 줄잡아 300대. 이중에 횡단보도에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춘 차량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곳은 대전 방면으로 향하는 화물차의 통행이 잦아 폭이 좁은 인도에 서 있는 보행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보행자 우선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성인 기준으로 일곱 발자국되는 횡단보도를 건너 교통섬에 도착했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교통섬을 알리는 표지판도 없었고, 여러명의 보행자가 머무르기에도 면적이 좁았다.

교통섬 주위로 차량이 들어올 수 없도록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58분쯤 이곳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이를 방증한다.

당시 청주터미널 방향에서 질주하던 SUV차량이 강서지구대 방향으로 좌회전하던 강서지구대 소속 순찰차와 충돌하면서 교통섬에 있는 보행자를 덮쳐 사망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SUV차량 운전자(41·여)와 산책나온 보행자(37)가 숨졌다.

시민 최모씨(40대·청주시 흥덕구 가경동)는 “교통섬에 들어오면 긴장해서인지 스마트폰을 안 보게 된다”며 “최근 이곳에서 발생한 사고 관련 언론보도를 접한 뒤로는 더욱 긴장한 상태로 건너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운전자도 “우회전하는 도로 폭도 좁고, 교통섬과 인도에 있는 보행자와 거리도 가까워 위험해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1년 12월 보행자 7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4.9%(6839명)가 ‘교통섬을 건널 때 위협을 느꼈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청주시내 도로에 설치된 교통섬은 44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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