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꿈을 꿀 수 있을까
교실에서 꿈을 꿀 수 있을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06.15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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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나이가 들수록 꿈은 줄어들고 주름은 늘어간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은 쌓여만 간다.

뜻대로 살지 못하니 꼬인 팔자 풀어보겠다고 조상 탓하며 묏자리도 옮기고 이름 탓하며 개명도 한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성적만으로도 투명인간이 되기도 한다. 대학생이 되고 나면 이번엔 대학 간판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대학생도 다 같은 학생이 아니다. 누구는 산티아고 길을 걷겠다며 배낭여행을 떠나고, 누구는 영어 배우겠다며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뉴욕으로 날아간다. 기댈 언덕 없는 이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대학생활을 전전한다.

포기하는 데 익숙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미래는 또 다른 오늘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실에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수두룩하다.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면서 공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푼다. 학습의 목적이 사라진 교실에서 학생들은 수학만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꿈도 포기한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 자료를 보면 수학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중3은 11.6%, 고2는 14.2%로 나타났다. 외국어인 영어과목의 기초학력미달(중3 5.9%, 고2 9.8%) 비율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높다.

수학에 대한 기초적인 학습이 부족하다 보니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10명 중 8명은 자신을 수포자라고 인식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의원이 최근 공개한`수학 내신 평가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원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중·고등학생 83%는 자신을 수포자라고 응답했다. 학생들이 수포자가 된 이유로는 응답자의 60.5%가 학교 수학 시험에 출제된 문제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보다 과도하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학시험이 어렵게 출제하는 이유에 대해 수학교사 응답자의 64.6%는`변별 때문에 가르친 내용보다 더 어렵게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를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야 하다 보니 수학시험 대비를 위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가 안 되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생의 학교생활은 행복할까?

중학교 수학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정의적 특성(자신감, 가치, 흥미, 의욕) 비율은 더욱 낮아졌다.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비율은 2020년 34.7%에서 지난해 31.9%로, 흥미가 높다는 비율은 40.6%에서 37.1%로, 학습의욕이 높다는 비율은 52.9%에서 50.3%로 각각 하락했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은 수학자를, 국어는 국어학자를, 과학은 과학자를, 영어는 영문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과정처럼 너무 어렵다”고 지적한다. 수업시간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바라보면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움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학창시절 학생들은 꿈을 꾸기보다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교실에서는 수포자로 살다가 청년이 되면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오포세대(삼포+ 인간관계, 주택구입), 칠포세대(오포+꿈, 직업), 구포세대(칠포+건강, 외모)로 불린다.

꿈이 없으면 오히려 마음 편한 세상에서 꿈을 꾸는 것도 사치가 됐다.

윤건영 제18대 충북교육감 당선인의 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15일 출범했다. 윤 당선인이 만들어갈 충북교육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인수위의 책임은 무겁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가장 고민해야 할 일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꿈꿀 수 없는 교실에서, 성적순으로 전락한 행복을 어떻게 찾아줄지 깊은 고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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