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 `과학'이다
예술도 `과학'이다
  •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 승인 2022.06.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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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이 광고로 A침대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침대 업계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기막힌 광고로 A침대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침대 업계가 수지맞았다니, A침대로서는 좀 억울할 법도 하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는 지금까지 침대가 갖고 있던 이미지 `푹신한 잠자리'를 넘어 인간의 체형에 맞춘 과학적인 매트리스를 강조한 일대 사건이었다.

얼마 전 충북예술고 음악과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특강 `마스터클래스(이하 마클)'가 실시되었다. 다양한 전공 학생들을 위한 특강이 수시로 열리는 이유로 어지간한 레벨의`마클'은 으레껏 `진행되는구나~' 하고 넘긴다. 그날 마클은 클래식 작곡가 선생님의 특강이었는데 특강의 주된 내용은 `음악은 과학이다. 그리고 분석의 힘이다. 자신의 느낌, 생각에 속지마라'였다. 침대가 언뜻 `푹신하다'만을 떠올리는 생각으로 비유하면 음악은 `멜로디'라고 보여질 수 있는데 이러한 생각에 강사님은 `절대 아니다'로 정의해 버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멜로디 선율이 그저 `아름답다'라고만 생각하면 음악가로서 우리는 속는 거다, 진짜 중요한 건 음악에서 왜 그런 아름다움이 묻어나는지 `화성학' 등을 통한 과학적 분석의 태도다.”

예술고 학생들은 이미 전문예술인으로 발을 들였기 때문에 공부에 게으르고 그동안 손재주에 의존해 왔거나, 타고난 예술적 `끼'에 기대고 있었다면 이건 큰 착각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여러분! 조성진은 조성진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둡시다. 나는 내 몫의 음악을 하면 됩니다. 어쩌면 피아니스트가 가장 오래 머물 공간은 피아노 앞이 아니라 도서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음악적 이론과 공부를 강조하며 `음악 연주의 완성이 빠른 속도의 테크닉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미술가인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의 화려한 속도가 결코 음악의 완성이 아니듯 우리 삶의 일상에서도 속도에 대해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속도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빠른 속도로 살게 두자! 모든 사람이 그 속도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느림의 미학대로 사는 사람도 있고, 또는 멈춤의 미학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다. 예술도 그렇다. 타고나길 천재로 타고난 사람은 그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자. 나는 내 속도대로 지치지 말고 꾸준히 가자! 공부가 필요하면 도서관에서 온종일 책도 보고, 또 연주가 하고 싶으면 연주만 해도 좋다. 그저 조성진이라는 불세출의 세계적 스타가 나의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나는 느리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조성진을 능가하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대부분 음악가들이 죽어라 연습하고 모두 다 연주자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끝까지 음악가로 남은 사람이 성공한 거다. 가장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예술세계의 목표가 1등이라는 지점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보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속도에 불이 붙고, 속도에 속도를 더해서 누가 누가 빠르냐? 가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어버렸다. 특강 선생님 말씀대로 이젠 피아노 앞에서만, 캔버스 앞에서만 혼을 빼지 말고, 가끔은 도서관을 찾아 재밌는 소설도 읽어보고, 모차르트 어릴 적 삶도 들여다보고, 모네가 왜 그토록 햇빛을 쫓아 물감을 들고 야외로 돌아다녔는지 그 수수께끼도 풀어보자!

우리 아이들이 레슨 선생님의 교습대로 그냥 무던히 연주하는 게 아니고, 어떻게 이 곡이 세상에 태어났는지도 알아가며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참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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