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교체, 이젠 협치의 시간
단체장 교체, 이젠 협치의 시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6.13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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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난지 보름이 지난 시점에서 교체된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7월 1일 취임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취임을 위해 단체장이 교체된 지자체에서는 인수위원회가 꾸려져 선거 공약을 검토하고 추진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단체장들이 취임하면 지역 정치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는 이시종 지사의 3선 연임에 따른 불출마로 충북도지사가 교체된 것을 비롯해 11개 시·군 중 8개 시·군 단체장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었다. 여기에 충북교육계 역시 8년 만에 교육감 인물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교육정책도 크고 작은 변화가 예견된다.

이처럼 충북의 작은 정부를 책임질 12명의 단체장 중 9명이나 대폭 물갈이되면서 정책 전환도 초미의 관심사다. 인물뿐만 아니라 단체장이 소속된 정당도 교체되면서 전임 단체장들이 추진해온 정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는 지방 권력의 이양 과정은 인물이 달라지고 정책이 달라지면서 자칫 갈등이 야기되기도 한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기존 단체장의 정책에 대해 차기 단체장 후보의 견해가 상충하는 사례는 많다. 김영환 도지사 당선자는 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에 대해 예산 낭비라는 이유로 폐지를 예고하기도 했고, 이범석 청주시장 당선자는 우암산 둘레길 조성에 대한 재검토, 청주원도심 고도 제한 재검토, 옛 청주시청사 철거 등을 내세우며 기존 정책 방향과 반대의견으로 각을 세웠다.

그런가 하면 김창규 제천시장 당선자는 의림지드림팜랜드 조성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고, 송인헌 괴산군수 당선자는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기존에 추진됐던 정책이 순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단체장이 되었으니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속담처럼 기존의 답습에서 벗어나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도 교체를 선택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공신력있는 공공기관에서 추진해왔던 각종 사업이 단체장이 교체되었다는 이유로 번복되고 전면 재검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오락가락하는 행정력에 예산낭비로 이어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청주 신청사 문제 하나만 봐도 신청사 건립 추진에 앞서 3년이 넘도록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시민들과 토론하며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돌출되기도 했지만, 합의를 통해 이제 겨우 신청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과정이 무시되고 재검토된다면 공공기관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존 단체장이 추진하려던 사업들 역시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란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약이라는 이유에 발목이 잡혀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지역현안을 해결해선 안 될 것이다.

지방정치를 올바르게 펼치는 방법의 하나로 기존 단체장의 추진사업을 충분히 검토하고, 그에 따른 장단점을 파악하는 일이다. 그리고 인수위원회를 통해 공약이행 가능성을 논의하고, 지역과 지역민의 삶과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한 사업 토의를 거쳐야 한다.

변화는 기존 것을 토대로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새로운 권력과 기존 권력이 예민하게 부딪히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협치이고, 고도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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