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난
반도체 인력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6.1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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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위기의 대한민국 반도체.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 인력이 절대 부족한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최근 수년간 연간 30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도래와 그에 따른 세계 반도체 산업의 빠른 성장과 투자로 반도체 인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전문 인력 양성과 공급이 따르지 못한 탓이다. 업계는 앞으로 국내에서 이같은 인력난 부족 현상이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연간 채용 인력은 1만여명이다. 삼성전자가 5000여명, SK하이닉스가 1000여명을 채용하고 나머지 중소 개별 기업들에 필요한 인력이 40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채용 인력 중 반도체 전문 인력들은 태부족이다.

현재 국내 4년제 대학 중 반도체 관련 학과를 개설한 학교는 총 28곳. 내년에 1382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이들이 졸업하는 입학 4~6년 후가 되어도 역시 전문 인력은 8000여명이나 부족한 셈이다.

지금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인재 수급을 위해 대학과 MOU를 통해 반도체 전공 `계약학과'를 개설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지만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아 연간 반도체 전공 대학 졸업생 수는 5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도체 전공 인력의 부족은 기업들에 고스란히 비용으로 전가된다는 점에서 업계엔 큰 부담이다. 신규 인력을 채용한 후 수년간의 실습과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업계의 이같은 고충에 해법을 내놓았다. 4년제 대학에 반도체 전공학과를 대폭 확충해 전문 인력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해결책의 선봉에 나서는 모양새다.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대학에서 늘릴 수 있는 반도체 관련 정원은 8000여명으로 보고 이 가운데 수도권에 4100여명, 비수도권에 3900여명의 증원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도체 관련 학과를 2만명으로 늘리려 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대학 정원을 1만명, 지방대학 정원을 1만명으로 각각 늘려 총 2만명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계획에 정작 반도체 업계와 대학들은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정부의 안이 내실보다 외형적인 `충원'에만 급급, 양질의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계는 대학 정원의 증원에 앞서 학생을 가르칠 반도체 전공 교수들의 절대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을 지낸 황철성 석좌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이 반도체를 배우겠다고 대학원에 몰려와도 정작 가르칠 교수가 없어 돌려보내고 있다”고 실태를 폭로했다. 또 서울대 공대 교수가 330여명인데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는 10여명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대학 정원 늘리기보다 교수진 확충이 더 시급한 실정인 것이다.

서울·수도권 대학의 증원에 대한 지방대학의 반발 목소리도 거세다. 현재 지방대의 경우 반도체 관련 전공학과에서 미달사태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 수도권에 증원을 허용하면 지방대만 결국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이번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국내 지방대학들은 일제히 수도권 초집중화로 인한 지방대와 지방의 소멸을 우려하는 입장을 밝히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100년, 1000년 앞을 내다보고 세워야 할 반도체 인력난 해법. 정부와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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