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고향의 봄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2.06.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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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코로나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노인 복지관과 시니어 클럽 등에서 제일 먼저 연락이 온다.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강의 요청이다. 가장 급한 것이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정말 오랜만에 레크리에이션과 행복 교육을 위해 단상에 섰다. 어르신들의 눈이 반짝인다. 얼마나 열심히 따라 하는지 모른다. 웃고 즐기고 놀다 보니 약속한 한 시간이 휙~ 지나가 버린다.

“아이고 벌써 끝나요? 선생님 이렇게 모여서 함께 노래 부르고 율동하니까 정말 사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할 수 있던 프로그램이다. 일상의 소중함이, 소소한 행복의 무게감을 다시 깨닫게 된다.

어르신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고향의 봄'노래 부르기다. 첫 노래는 레크리에이션에서 매우 중요하다. 모두가 알고, 쉽게 따라 부르며, 변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고향의 봄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아는 노래다.

흥겹게 즐기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르신들께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사시면서 여행 다녀오신 적 있나요?” 어르신들은 각자가 경험한 여행 이야기를 왁자지껄 꺼내 놓는다. “여행하면 기분이 어떠세요? 즐거우시지요? 여행 가면 왜 즐거우신가요?” 이번에도 시끌벅적하게 말씀하신다. “맛있는 것 먹으니까 좋지, 신기한 것도 볼 수 있잖아, 밥 안 해서 좋아 등등.”여행이 즐거운 이유도 참 다양하다. 잠시 더 이야기하시게 한 후 이렇게 말한다. “여행이 즐거운 진짜 이유는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 맞다 맞아. 여행을 가보면 집이 제일 좋다는 것을 알게 돼”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은 `여행자'가 아닌 `부랑인'인이 된다. 돌아갈 집이 있을 때만 여행자가 된다.

우리는 주변에 누군가 죽으면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그분, 어젯밤에 돌아가셨데.” 한국인은 죽음을 돌아가셨다고 표현한다. 돌아갔다고 하는 것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는 뜻이다.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원래 있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렇게 보니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여행하기 위해서다. 삶은 원래 있던 고향과 집을 떠나 잠시 여행하는 것이고, 여행이 끝나면 처음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천병상 시인은 귀천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소풍은, 여행은 돌아갈 집이 있을 때 행복하다. 삶의 여행길에 오른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여행은 성공하기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의 유일한 목적은 행복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으로 여행을 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성취해야 할 삶의 유일한 목표는 행복이다.

60년 내 삶을 뒤돌아본다. 나는 행복했는가? 너무 많은 것에 의미를 두고,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우고 살았다. 이제는 내려놓아야겠다. 이래저래 맡았던 자리들을 모두 비워야겠다. 올해를 넘기지 않고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다. 가입했던 여러 활동에서 물러난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시기를 바란다. 사회를, 정치를 바꾸는 일은 훌륭한 분들이 해주시기를 바란다.

오늘은 여가와 레크리에이션으로 행복을 찾는 내 삶의 여행을 다시 시작한 첫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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