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잘하는 방법
부탁 잘하는 방법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06.0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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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아파트 분양을 받았는데 잔금이 부족하여 돈을 친구에게 빌려야 한다. 자주 만나는 사이이지만 다음 중 어느 상황에서 부탁할 때 돈을 빌릴 확률이 높을까? 친구가 승진하였을 때, 친구가 바람 피다 걸려 힘들어 할 때, 지극히 평범한 날에.



# 돈 잘 빌리는 타이밍

다수의 사람이 `친구가 승진했을 때'를 선택할 것이다. 사람은 기분이 좋을 때 더 여유를 가지며 관대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또 경험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상대가 기분이 좋은 상태에 있을 때 뭔가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외로 `바람 피다 걸린 친구'에게 부탁했을 때 성공확률이 높을 수 있다. `마음의 법칙' 저자 폴커 키츠(Volker Kitz)에 의하면 서글픈 감정이나 죄책감에 빠진 사람일수록 남을 도우려는 확률이 높다. 이와 같은 현상을 `부정적 상태 감소 가설(Negative state relief hypothesis)'이라 부른다.

사람은 부정적 상태에 빠져 있으면 상황을 개선하거나 극복할 뭔가를 찾는 경향이 있다. 즉, 바람피운 것으로 인해 아내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 뭔가 좋은 일을 함으로써 그 죄책감을 상쇄하려고 한다. 폴커 키츠는 흔히 사람들은 고해성사 이후보다 고해성사 이전에 더 많은 기부를 한다고 했다. 고해성사 이후에는 이미 속죄를 받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마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경험을 한두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 결재 잘 받는 타이밍

밤새워 만든 기획서를 깐깐한 과장님께 결재받아야 한다. 아침 9시,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4시. 언제 결재판을 들고 가야 한방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까?

정답은 `오후 1시'이다. 점심을 마치고 포만감을 느끼고 있을 느긋하게 쉴 때가 기회다. 배가 부르면 행복감에 빠져서 사소한 실수는 봐주는 너그러운 심리 상태가 된다. 약간의 나른함은 이성의 날카로움을 조금 무디게 만들 수 있다.

오전 시간은 이성적인 상태에 놓여 있어 다른 시간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며 업무의 집중도가 높은 시간이다.

결재할 과장님의 촉과 이성이 최고조에 이를 때가 오전이다. 이때 기획서를 가지고 가면 필시 기획서에 빨간 줄 몇 개 그어질 것은 자명하다. 또한 이런 때 어려운 부탁을 하면 상대는 이성적인 논리를 앞세워 부탁을 거절할 확률이 높다.

오후 4시는 배가 고픈 시간이다. 사람은 배고 고프면 짜증이 난다. 이미 짜증이 난 상태에 상대의 부탁은 짜증을 유발한다. 평소에 화를 잘 내고 아무한테나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만족감을 느끼면 너그러운 사람이 된다.



# 인생의 적절한 타이밍

돈 빌리거나 결재받을 것에도 적절한 때가 있듯이 지금까지 살아온 그 어떤 성취나 실패에도`적절한 때'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누구' 에게 돈을 빌리고 `누구' 에게 결재를 받는 것만큼 `언제' 부탁을 하고 `언제' 결재를 받으러 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삶의 여러 문제를 `누구(사람)'의 문제로만 규정하게 되면 누리는 사람은 누릴 만 하니까 누리는 것이고, 고통받을 만한 사람이니 고통받는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이러한 프레임에서는 패자는 영원한 패자로 남게 된다. 나와 당신이 이뤄낸 어떤 성취는 나와 당신이 시기를 잘 만나서 얻은 결과일지 모른다. 그리고 나와 당신의 실패는 때를 잘못 만나서 그런지 모른다.

오늘도 결재판 들고 서성이는 직장인들, 뭔가를 부탁해야 하는 당신, 주눅들기 보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성공할 수 있다. 한번 실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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