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손보겠다는 '금산분리'는 무엇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손보겠다는 '금산분리'는 무엇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2.06.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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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빅테크 진출 규제 완화하나...금산분리 완화 첫단추
대기업, 금융 진출 허용 여부도 '촉각`



금산분리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날 임명된 두 금융당국 수장이 '규제 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신임 금융위원장은 "금산분리 원칙까지 건드릴 수 있다"고 언급,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임명 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의 돌파구는 민간부분의 투자와 혁신 성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과감한 금융규제 쇄신을 예고했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도 취임사에서 "시장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가 없는지 점검하고 규제를 걷어내겠다"며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김주현 내정자는 "외국 금융사들은 할 수 있는데 우리 금융사들은 못하는 것, 빅테크는 하는데 기존 금융사는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따져 타당하지 않은 규제는 다 풀겠다"며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기본적인 원칙까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거까지 건드리겠다"고 밝혔다.



금산분리란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은행 등 금융 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과 은행이 결합 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에서는 '은산분리'라 불리기도 한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지난 1982년 처음 도입된 금산분리 원칙은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금고화를 방지한다는 목적에서 출발, 그간 강화와 완화를 되풀이 했다. 당시 정부는 신규은행 설립과 제2금융권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고, 이를 계기로 대기업들은 앞다퉈 제2금융권에 진출했다. 재벌 총수가 금융회사를 개인금고처럼 사용하는 것을 막을 필요성이 커졌던 것이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재벌개혁 등을 이유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로 대폭 강화했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9%로 완화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동양그룹 자금난 사태로 금산분리 강화정책이 탄력을 받으며 다시 4%로 강화됐다.



지금도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주식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은 경우엔 10%까지 보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40년 전에 만들어진 금산분리 규제를 지금의 금융환경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과거와 달리 촘촘해진 각종 규제망을 뚫고 대기업이 금융을 소유해 사금고화 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산분리로 인해 금융과 산업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낮아져 은행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도 거세게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가 금산분리 재검토 카드를 꺼내든 것도 디지털 전환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기존의 낡은 규제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규제혁신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은 이유가 있는데 우리 사회가 어떤 위협을 택할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며 "금산분리는 이유가 있으니 한 것이지만 너무 완고하게 지키면 또 문제가 있고, 완화하면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빅블러와 신산업 창출을 얘기하는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현 상황에 맞는 금융규제는 무엇인지, 이미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어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전통 금융사들은 빅테크에 맞서 메타버스, 쇼핑, 의료 등 비금융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은행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규제에 묶여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은 특례 적용으로 비교적 손쉽게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어, '역차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는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2017년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출발했지만, 2018년 정부가 금융혁신 차원에서 일반기업의 지분 소유 제한을 10%에서 34%까지 늘리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을 통과시키며 정상 궤도에 올랐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IT 대기업인 카카오가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타 기업들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의 10%(의결권 4%) 이상을 보유하지 못한다'는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빅테크와 기존 정통 금융사들 간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금산분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지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이러한 출자제한, 지분 한도 조정 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같은 경우 비은행업권으로 진출하는데 규제가 너무 많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자회사 소유 규제 완화 등 은행들의 신사업 진출을 좀 더 용이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산분리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할 경우 재벌기업들의 독식으로 기업들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사로 전이돼 경제 전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는 "금산분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데 동의하지만 지금 산업 구조 변화를 보면 과거에 해왔던 금산분리가 맞는 것인지, 이를 개선할 필요가 없는 지 검토할 시점이란 뜻"이라며 "금산분리는 어느 쪽이든 결합함으로써 공정경쟁을 해치고, 집중되면서 피해가 있을 수 있어 논의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지 결정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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