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절반이 투표 안했다
유권자 절반이 투표 안했다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2.06.0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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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민선 8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여당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정부의 안정적 운영을 지지한 것이라고 자평한다.

야당은 `부족했다'며 패배를 시인하며 머리를 숙였다.

여야 모두 승리와 패배 요인을 표현한 것인데 정답인지 모르겠다.

이번 선거 투표율을 놓고 보면 기성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절반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

전국 투표율(50.9%)이 역대선거 중 두 번째로 낮았다.

절반의 유권자가 참여한 지방선거에서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선택됐다.

이는 지난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 전국 평균 투표율(77.1%)에 훨씬 못 미친다.

불과 수 개 월 전에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했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한 것이다.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은 개인 사정도 있었겠지만 정치 혐오감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

정가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대선이 치러진지 얼마 되지 않아 정치피로감이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지방선거 투표 외면 이유는 다르다.

유권자들은 `달라지지 않는 지방정치 형태' `그 인물이 그 인물(기성 지방정치인에 대한 거부감)' `부조리한 지방정치' 등 지방자치제를 맡을 인물을 뽑는 선거를 거절한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1995년 첫 지방동시선거를 통해 부활한 지방자치제는 주민의 직접 참여라는 풀뿌리민주주의라 한다. 그런 지방자치제의 핵심인 지역주민들이 자치제 운영에 필요한 인물을 뽑는 선거를 외면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지방자치제는 부활이후 지역주민들에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다.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기 보다는 퇴보를 거듭하면서 주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견제, 균형, 발전을 위해 뽑은 지방의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형태를 보여왔다.

주민의 이익은 뒷전에 둔 지방의회는 심한 경우 지방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자치단체는 어떤가. 지역주민들의 이익을 추구하기는커녕 특정세력 또는 특정인의 이익에 앞장서고 위법한 사안을 외면하곤 한다.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도 여전하다.

정당공천제를 통해 뽑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정당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이들의 목숨 줄 같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천권을 활용한다.

이런 환경에서 소신정치를 통해 지방정치를 논할 지방의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원들은 단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원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해서는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국회의원, 지역구 위원장들에 순응해야 한다. 공천만 확실히 받을 수 있다면 5선, 6선도 가능하다. 그런 환경은 지역유권자에게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

여기에 지역주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질적 수준과 부조리한 이미지의 일부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도 있어 지역유권자들이 지방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주민들은 그런 지방자치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위기의식을 지방자치제 주역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제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퇴보만 반복한다면 언젠간 자치제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감한 정치혁신과 정치권의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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