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듣다
마을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듣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2.06.0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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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최근의 제 안부를 걱정하시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께 편안한 얼굴로 인사를 드리고 또 그분들의 안부를 여쭙는 것이 도리다 싶어 재판이 없는 이틀을 시간 내어 바람도 쐴 겸 지인들이 많이 계시는 남일면, 문의면, 가덕면을 돌았습니다.

찾아뵌 초등학교 선배님은 강원도로 나가 사업을 하여 타지에서 인정받아 꽤 성공하였는데 수구초심(首丘初心)에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이 물려주신 터에 체험농장을 짓고 손주뻘의 아이들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재능기부에 더불어 장학사업도 구상하신다니 모교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든든한 분을 찾게 되었습니다.

농촌마을에 이장님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정부와 주민을 잇는 다리이면서 방송 말고 주민들이 지역을 보는 창이기도 합니다. 요즘 곳곳의 마을에는 퇴직하신 지식인들이 귀촌하면서 원주민이 아님에도 이장이 되는 경우가 많고 부지런하고 꼼꼼하신 여성 이장님들도 많이 등장해서 신선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10여년의 연임 이장의 후임이 되신 여성 이장님은 청주 시내와 농촌 경계지역의 특색 없는 마을의 풍경을 바람개비 마을로 바꾸어 놓고 청주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쉽게 놀러올 수 있도록 몇가지 구상을 더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장님의 행보가 역동적이고 신선하니 시골마을에 생기가 돕니다.

시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마을에는 큰 도로를 지나는 시내버스 말고 마을과 해당 면 또는 인근 면지역을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있는데 아침에 시장이나 면에 일보러 나가는 중요한 때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시간대가 겹쳐 하나라도 놓치면 다음 버스를 오래 기다려야 해서 마을버스라도 시간 분산이 필요하답니다. 면사무소와 버스기사에 아무리 이야기해도 반영이 안된다는데 이러한 일상의 불편을 어디로 호소해야 개선되는지 주민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르신, 제가 힘은 없지만 좀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대청호를 품는 마을을 가면서 이번에는 소송 의뢰인도 방문했습니다. 소송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설명하면서 친절한 변호사가 되어보고, 농산물을 가공하는 현장을 운 좋게도 견학하면서 농업과 농촌이 발전할 수 있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며칠 내로 체리를 판매할 수 있다면서 놀러오라는 연락을 받고 이참에 농장도 구경하고 대청댐 인근지역 규제의 민원을 청취하기로 합니다. 문의에서도 보은 회남과 옥천 및 대전 방향의 분기점으로 가는 길목의 마동리. 굽이굽이 들어가 산 넘어 보은 회인을 두고 길이 막힌 오지마을입니다. 산골의 꽤 넓은 임야에 체리와 자두를 선진적으로 도입하였답니다. 2017년 수해에 많은 나무가 쓸렸던 아픔에도 또 지금의 가뭄에도 빛깔 좋고 영롱하게 익어가는 생명들을 보니 안구가 정화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 체험을 시키면 참교육이 되겠다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전국에서 상수원보호구역 중 규제가 가장 심한 1권역으로 문의면이 유일해서 신뢰보호 차원에서 기존의 일부 원주민을 제외하고는 카페와 식당조차 신규로 할 수 없고 집도 마음대로 지을 수 없습니다. 슈퍼와 생산 농산품의 판매 정도만이 가능하니 넓은 지역의 획일된 규제에 대한 최소한의 완화는 면민 모두가 한 목소리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들른 오랜 고찰 왕암사에서 동쪽을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습니다. 원시림 속의 등꽃 향기와 마을 구석구석의 이야기가 마음 구석구석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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