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다 죽어”
“이러다가 다 죽어”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5.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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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러다가 다 죽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명대사가 천안지역 선거판에서 요즘 회자하고 있다.

다만 화자(話者)는 바뀌었다. 배우 오영수(오일남 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로.

보좌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민주당에서 제명 조치된 박완주 국회의원(천안을)이 잠적한지 23일로 꼬박 열이틀째다. 지난 15일 딱 한 번 대중에 `생활반응'을 나타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언론사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때를 마지막으로 또다시 종적을 감췄다.

그의 잠적에 애가 타는 건 오는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자들이다. 특히 그의 데뷔 무대인 천안과 충남지역에서 기호 1번을 받고 나선 후보자들은 속절없이 추락하는 정당 지지도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당내 공천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우세를 보였던 지지도를 기대하면서 대부분 기초·광역의회 의원 선거구에서 배정된 의석의 2배 수 이상으로 후보들을 공천했다. 2명 이상을 뽑게 되는 천안 기초의회 선거구에서 모두 자당의 후보들을 당선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이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오히려 가번을 배정받은 후보들마저 낙선 걱정을 할 정도다.

충남에서도 `박완주 후폭풍'은 여전히 강진 상태로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서 지난 17~19일 대전·세종·충청 지역 정당 지지도를 조사했는데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50%, 민주당은 13%로 나타났다. 최근 십수년간 민주당의 충청권 지지도가 이처럼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여파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그대로 표심으로 반영되고 있다. 충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초반에 열세였던 국민의힘 후보들이 박완주 사태를 기점으로 역전에 성공하거나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충청권 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인 판세도 국민의힘으로 크게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압승을 자신했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경우 대선 후보였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틈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게 고전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박완주 의원은 여전히 잠적 중이다. 지역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를 비롯, 심지어 당 내부에서 조속한 입장 표명과 용퇴를 촉구하고 있으나 그는 전혀 그럴 의사가 없는 모양이다. 자신의 의원직 유지와 이번 지방선거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는 듯 하다.

박 의원에게 취재를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는데 그는 지금까지 기자들은 물론 측근 의원들의 전화까지 받지않고 있다. 그의 국회의원 사무실과 천안 사무실도 폐점 상태다.

그는 현재 7명의 보좌관과 비서관을 두고 있다. 모두 국가공무원 신분이다. 하는 일은 당연히 의정 활동 보좌 및 지원 업무다. 하지만 그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위드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 사무실 문을 걸어잠그고 출근을 하지않고 있다.

국회사무처에 물어봤다. 출근을 하지않아도 급여가 지급되냐고.

“출근 여부는 우리가 파악할 수 없고 외부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급여는 해고 처리가 되지않으면 정상 지급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무노동 유임금' 아닌가. 지방선거 후보자들에 이어 보좌관들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는 박 의원의 무책임한 잠적.

`이러다가 다 죽어'라는 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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