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에게 넘어간 공
한동훈 장관에게 넘어간 공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5.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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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민주당은 `인사 막장 드라마의 결정판'을 본다고 했다.

지난 주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를 두고 내놓은 촌평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한 장관의 창작물이 아니다. 복사판이나 표절작이라고 해야 옳다.

2년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를 고스란히 모방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도 당시와 많이 겹친다. 다르다면 각본이 보다 노골적이고 스케일이 훨씬 커졌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검찰 요직에 포진했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계라인 멤버들을 모두 변방으로 퇴출했다. 지금의 한 장관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쫓겨나 한직을 4곳이나 전전했다.

나중에 무혐의로 결론난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수사까지 받는 수모를 겪었다.

보수 언론은 검찰총장의 사지가 잘려나갔다고 했다. 장관의 인사권 남용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좋지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 우려가 이번에 현실이 된 셈이다.

이른바 친윤 검사들이 요직에 대거 복귀했고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지도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절차나 관행이 무시됐다는 지적은 추 장관 때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과거 부당했던 인사를 바로 잡은 복원 인사라고 주장한다.

똑같은 방식의 되갚음이 정의롭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영 틀린 말도 아니다. 코드와 계보를 중시한 편파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반발이 널리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자업자득'으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한동훈 장관에게로 넘어갔다.

야당이 비판한 막장 드라마의 명품화가 그가 할 일이다. 윤석열 검찰은 청와대 간청까지 물리치고 조국 수사를 강행했다. 법 앞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법치원론을 교리처럼 고수했기에 나름 울림을 얻었다.

한 장관이 부당한 인사로 와해됐던 조직의 기능을 회복한 인사라고 주장하려면 당시 검찰이 지향했던 원칙도 함께 회복해야 마땅하다. 여론이 대체적으로 이번 인사를 용인한 배경에는 검찰이 당시의 소신까지 복원해야 한다는 강한 전제가 깔려있다. 누구보다 한 장관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한 장관은 “할 일을 하는 검찰을 두려워 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 밖에 없다”며 자신의 인사를 반대한 야당을 반박했다.

무슨 죄가 그리 많기에 날 그토록 두려워 하느냐는 일침이었다.

검찰의 상대는 범죄자 뿐이라는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범죄자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단죄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이고 그의 측근들이 법무부와 검찰 요직을 장악했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수호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한 장관에게 주어진 지상과제는 이 의심을 말끔하게 털어내는 것이다. 검찰의 칼날이 정권이나 우군 앞에서 무뎌지거나 주춤거리면 한 장관이 동원했던 근사한 언어들은 한낱 흰소리가 되고만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수사권 행사가 시한부에 묶인 검찰의 명운이 그에게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은 인내심이 약하다.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이 없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하고 잡음이 들끓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을 다시 수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말 많고 탈 많은 대장동 사건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여론의 관심사다. 이들 사건 수사에서 누구도 토달지 못할 완벽한 결과를 내놓는 게 우선이다.

죽은 권력을 파헤치는 `부관참시'에만 매달렸다가는 기만당한 여론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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