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고인 비약상고도 '항소' 효력 인정"…판례 바뀌어
대법 "피고인 비약상고도 '항소' 효력 인정"…판례 바뀌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2.05.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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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1심 이후 비약적 상고장 내
檢 항소로 무효…항소효력도 부정돼

전합 "항소효력 상실 규정되지 않아"

"항소효력도 부정하면 재판권 침해"



피고인이 1심 이후 곧바로 대법원 판단을 구하며 낸 '비약적 상고'도 2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항소와 같은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 비약적 상고가 무효로 됐더라도, 항소기간 내에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고 1심 판결에 불복할 의사가 있다면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강도 및 폭행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1심 재판부에 항소장이 아닌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372조는 1심 판결이 법령 적용을 잘못하거나 판결 이후 형의 폐지·변경 또는 사면이 있을 때, 2심이 아닌 곧바로 대법원 판단을 구하는 비약적 상고를 허용한다.



그런데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비약적 상고심이 아닌 항소심이 열리게 됐다. 형사소송법 373조에 따라 항소가 제기되면 비약적 상고는 효력을 잃게 돼 항소심이 진행된다.



항소심이 열리자 A씨는 1심 형량이 무겁다는 등의 주장을 담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했고 첫 공판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비약적 상고만 제기하고 별도로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그의 주장에 대해 심리를 하지 않은 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검찰이 항소해 무효가 된 비약적 상고에는 1심 판결에 불복하는 효력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전합은 검찰의 항소 제기에 따라 무효가 된 비약적 상고에도 항소와 같은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373조는 항소가 제기됐을 때 비약적 상고가 '상고로서의 효력'을 잃는다고 할 뿐, '상소(상고와 항소를 모두 이르는 말)로서의 효력'까지 모두 상실한다고 규정하진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까지 부정한다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게 전합의 판단이다.



검찰만 항소한 재판에서 1심 판결이 유지되면 피고인은 상고의 이익이 없어 대법원 판단을 구하지 못한다. 또 검찰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가 받아들여지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항소심에서 다뤄지지 않았기에 그것을 사유로 상고할 수 없다.



비약적 상고를 낸 피고인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검찰의 항소로 비약적 상고가 효력을 잃게 된다면 피고인으로선 다른 방법으로 1심 판결에 불복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전합은 피고인이 항소기간 내에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고, 효력을 상실한 뒤에도 1심 판결을 다툴 의사가 분명하다면 비약적 상고에도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합의 판결로 검사 항소로 무효가 된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는 바뀌었다. 이로써 1심 판결에 불복해 비약적 상고만 낸 뒤 항소장을 내지 않은 피고인도 항소심에서 자신의 주장을 판단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며 "하급심 판결의 위법사유를 시정할 수 있는 소송당사자의 절차적 권리가 보다 확대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안철상·노태악 대법관은 형사절차 규정에 대한 문언 해석이 중요성과 소송절차상 안정을 위해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민유숙 대법관은 비약적 상고와 항소에서의 피고인 의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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