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품 해석 이번엔 美식으로
하나의 작품 해석 이번엔 美식으로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8.16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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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엄기홍 교수, 美 LA서 개인전
"미술이 아닌 것을 갖고 미술이라고 말하는, 말 같지도 않은 것을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이 내 작품 세계다.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표상행위지만, 의도하지 않은 우발성을 드러내는 것이 비표상행위로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비표상을 추구하는 화가로 작업에서 우발적으로 나타나는 행위를 보여주고 있는 엄기홍 청주대 조형예술학부 교수가 오는 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미국 LA 레드닷컴에서 작품 전시회를 갖는다. 엄 교수의 이번 미국 전시회는 1989년 미국에서 발행된 미술잡지 Vision 봄호에서 비표상 세계를 접한 뒤 20여년을 비표상에 매달려온 작업을 다시 미국에서 똑같은 비표상의 작품세계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당시 탈근대주의, 해체론, 기호학, 후기구조주의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던 엄 교수는 용어가 주는 난해함과 개념의 혼란, 그리고 이를 미술의 언어로 연역하는데 엄청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미국 미술잡지에서 비표상(nonrepresentation) 용어를 접하고 비표상 작업에 매진해왔다.

규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엄 교수는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은 것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존재를 통해 비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비표상이라고 말하는 그는 '변하지 않음'을 추구하는 것들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본질을 잃어가는 모습을 나열함으로써 보여지는 것이 모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아직도 낯선 비표상 세계에 대해 그는 "표상 행위는 주체가 대상을 언어적 요소로 환원시키는 작업이다. 이 경우 기호학이 말하듯 기표와 기의의 일치가 이상적인 재현행위가 된다. 그러나 표상은 상상을 억압하는 행위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을 언어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비표상행위는 시간이 흘러도 새롭게 태어나며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규정하지 않음으로 해서 열려 있는 사고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는 또 "미술은 시각적인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예술은 창의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개념적 인식에서 벗어나 반복적인 구멍뚫기 등의 노동을 통해 촉각적이고 우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엄 교수는 "이번 전시는 우연처럼 하나의 작은 씨앗으로부터 출발해 어디에선가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을 다시 그 씨앗이 시작된 곳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라며 "각기 다른 언어와 모습을 지닌 사람이지만 문화의 씨앗을 통해 서로가 문화적 영감을 교류하는 전시가 돨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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