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의 끝을 잡고
이 봄의 끝을 잡고
  • 박소연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22.05.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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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소연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박소연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벚꽃이 흩날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덥다는 소리가 절로 날만큼 계절이 변화하고 있다. 봄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놀이를 미처 못 했다고 해도 아쉬워 말라. 아직 우리를 기다려주는 봄꽃이 있으니, 그것은 빨강, 하양, 진분홍으로 곳곳에 피어 있는 철쭉이다. 멋들어지게 핀 철쭉을 구경하고 싶다면 보은 삼년산성을 추천한다. 게다가 삼년산성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1년 비대면 안심 관광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어도 마스크를 벗는 게 아직은 두려운 사람들에게도 제격인 곳이다.

성의 주 출입문인 서문에서부터 살살 걸어 오르면, 보은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시야가 기다린다. 점점 짙어지는 산의 푸르름 구경과 걷는 동안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삼년산성은 해발 326.2m의 오정산 꼭대기와 주변의 봉우리에 돌로 쌓은 산성으로, 『삼국사기』에 `신라 자비마립간(470년) 때 쌓았으며, 성을 쌓는 데 3년이 걸려 삼년산성이라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성의 전체 둘레는 약 1.7㎞에 이르며, 성벽은 일정한 크기의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성 돌로 정연하게 축조하였다.

예로부터 보은지역은 경상북도 상주에서 청주를 거쳐 서울이나 공주로 이어지는 교통로에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다. 그래서 신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곳부터 먼저 장악하여 한반도 중심부로 진출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듯 삼년산성은 역사적으로 성을 쌓은 시기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신라인들의 북진 과정을 알려주고 있어서 의미가 깊은 곳이다.

성에는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모두 문이 확인되는데, 서문지에서 시작해 한 바퀴 돌아 북문으로 내려오는 길은 `신라인과 함께 걷는 역사탐방로'와 이어진다. 산성에서 시작해 고분군 역사테마공원을 거쳐 농경문화관까지 이어지는 약 1시간 남짓한 코스를 걷다 보면 어느새 1500년 전 신라인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갑자기 고분군 역사테마공원이라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사실 삼년산성 주변에는 약 1700여 기의 신라 고분군이 밀집되어 확인되고 있다. 이곳은 15~20m의 거대한 봉분을 갖는 대형 고분부터 작은 규모의 소형 고분까지, 중부지역에서 확인되는 최대 규모의 신라 고분군이다. 이 고분군은 대체로 5~6세기 삼년산성이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생각되며, 현재 충청북도 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수많은 고분군 중 그 성격을 밝히기 위해 2013년에 필자가 근무하는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에서 172호 고분에 대한 학술발굴조사를 진행하여 무덤의 성격과 구조, 출토유물을 파악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이곳 고분군 역사테마공원을 조성하여 신라 고분을 복원해놓은 것이다. 전시된 172호분은 실제 조사한 것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경주가 아닌 이곳 충청북도에서 신라 고분을 관람할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 한번 들러볼 만하다.

그곳에서 좀 더 내려오면 보은 농경문화관이 기다린다. 이곳은 점점 일상에서 사라지는 농경문화를 보존할 수 있도록 보은군에서 마련한 곳이다. 농업의 역사와 다양한 농기구 등을 흥미로운 농경문화를 구경하다 2층으로 나오면 색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바로 대장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대장간에서 뚱땅뚱땅 철을 두드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농기구나 생활 도구를 만드는 장인을 `야장'이라고 하는데, 특히 이곳은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야장 전수 조교가 직접 대장장이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나 보았던 대장간 체험을 직접 할 수 있다니! 최근 아마존에서 우리나라 장인이 만든 호미가 불티나게 팔려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이참에 대장장이라는 새로운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짧아서 더 아쉬움이 남는 이 봄이 다 끝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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