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가르치는 삶의 스승
지혜 가르치는 삶의 스승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05.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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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사람은 살아가면서 늘 배운다. 가족들로부터 시작해서 여타 교육기관의 선생님에게서 배우고, 자연과 동·식물에서 이치를 얻고 사물에서도 깨달음을 얻는다. 선인들의 책과 이야기를 통한 가르침 또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다. 요즘 새롭게 나타난 초록창에서 취하는 지식의 양도 솔찬히 많다. 그러나 책 선생, 초록창 선생 등에게서 아무리 많은 지식을 배운다 해도 사람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것만 하겠는가! 얼굴을 맞대고 눈 맞추며 오가는 대화 속에서 배우는 것이 즐거움까지 겸한 배움이지 않을까 한다.

즐거움이 있는 배움! 호기심과 알고자 하는 욕구가 동기로 발동하면, 알아가며 느끼는 성취감의 희열을 맛보는 배움을 하게 된다. 그 동기가 좀 이른 나이에 찾아오면 좋으련만, 내겐 아이들 키우며 발동하기 시작했다. 사전 교육과 준비 없이 시작된 양육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친정과 시댁 식구들 그리고 책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책과 선후배들은 내 인생의 지혜를 쌓는 스승이 되었다. 지식과 지혜를 찾고자 하는 동기는 어릴수록 내부보다는 외부의 자극에서 온다. 그 역할자가 부모와 선생님이라 한다. 난 거기에 동네 웃어른을 보태고 싶다.

그림책 <선생님을 만나서/코비 야마다/나는별>에서 보듯 아이들은 앎을 통해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야를 넓혀가며 배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기 시작한다. “선생님을 만나고서 알았어요. 무언가 배우는 것이 즐겁다는 걸요.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도요.” 아기곰의 입을 빌려 작가 코비 야마다가 한 말이다. 아이들에게 아니,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대목이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외침이기도 하다. 배우는 즐거움을 터득할 기회를 달라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부르짖음이기도 하다. 실수할 기회를 주면 깨달음을 얻어 더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을 테고, 도전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신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어, 세상은 탐험하고픈 대상이라는 것으로 인식하게 될 거라는 것을 행간에서 찾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해석해 놓은 중용의 인생8미(人生八味)가 있다. 인생의 즐거움을 일상에서 여덟 가지를 찾으며 `일상의 맛'을 알아가길 바라는 선인들의 말이다. 그중 여덟 번째가 인간미人間味다. 자신의 존재를 깨우치고 완성하며 `나'라는 존재를 규명해 나가는 기쁨을 만끽하라는 의미로 마지막인 八味에 뒀다. 인생의 참맛인 인간미를 알기 위해서는, 6미六味로 꼽은 `하루하루 마지못해 때우며 사는 인생이 아닌 늘 무엇인가를 배우며 자신이 성장해 감을 느끼는 배움의 맛'이 가장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가르침을 어찌 교육기관의 선생님에게만 맡길 수 있겠는가. 늘 내 편이 되어주는 부모에게서는 태산 같은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길에서 반갑게 인사해 주는 동네 어른에게서는 만남에 대한 설렘을 알게 될 터이고, 문방구 사장님의 친절에서 직업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 `스승'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뜻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까지도 가르치는 정신적인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다음 백과사전 중> 내가 어른 스승과 책 스승에게서 지혜를 익혔듯 나의 행동 또한 누군가의 스승이 되길 바라며 나는, 나를 다진다. 내 삶의 일상 속에 있을, 내가 누린 인생의 여러 맛이 <선생님을 만나서>의 선생님처럼 아이들과 관계의 미를 행할 수 있도록 나는, 나를 오늘도 다진다.

인생팔미(人生八味) : 음식지미(飮食之味), 직업지미(職業之味), 풍류지미(風流之味), 관계지미(關係之味), 봉사지미(奉仕之味), 학습지미(學習之味), 건강지미(健康之味), 인간지미(人間之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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