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라떼, 커린이의 첫사랑이라구요?
바닐라 라떼, 커린이의 첫사랑이라구요?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5.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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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뭐 드시겠어요?” 주문할 커피 종류를 묻는 질문에 늘 “아이스 바닐라 라떼”라고 대답하는 선배 교수가 있다. 근무하는 학과도 같고 가끔 프로젝트며 회의도 같이하니 커피 마실 기회가 은근 많았다. 그날만 그리 주문하나보다 했는데 언젠가 보니 한결같았다. 심지어 친한 사람들은 묻지도 않고 당연히 그것을 주문하기도 할 만큼 바닐라 라떼 마니아였다.

바닐라 라떼는 우리 부모님처럼 믹스커피로 커피 맛을 들인 사람들에게 인기다. 또 바닐라 라떼를 `커린이들의 첫사랑'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커린이는 커피에 막 입문한 사람이나 진한 카페인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늘 진한 아메리카노를 롱블랙으로 즐기는 나도 가끔은 달달하고 향긋한 바닐라 라떼가 그립다. 이처럼 바닐라 라떼는 커피 초보는 물론 다양한 커피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그야말로 커피 중의 인싸라 할 수 있다.

바닐라는 스페인어로 `넝쿨 난 종류의 꼬투리, 콩'이라는 뜻으로 자생지인 남아메리카 멕시코에서는 아즈텍 사람들이 초콜릿 음료에 향을 내는 데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는 중앙아메리카, 마다가스카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특히 인도네시아는 세계 바닐라 사용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바닐라 값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는데, 2017년 3월 바닐라의 주산지인 마다가스카르 섬에 불어닥친 사이클론으로 바닐라 농장이 파괴되는 바람에 2018년에는 바닐라빈의 킬로그램 당 가격이 620달러까지 치솟아 킬로그램 당 500~520달러였던 은보다도 더 비쌌었다고 한다.

바닐라 넝쿨은 심은 지 3~4년 후면 녹색의 길쭉한 꼬투리를 맺는다. 이 꼬투리가 지름 1㎝, 길이 20㎝ 정도가 되면 수확하고 증기를 쏘여가며 발효와 건조과정을 거쳐 가공한다. 꼬투리가 진한 어두운 갈색으로 변하면 껍질 속에 수천 개의 씨앗이 들어 있는 바닐라 향신료가 비로소 완성된다. 꼬투리에서 긁어내서 으깬 바닐라 씨를 알코올에 담가두면 바닐라 에센스가 만들어지는데 매우 고농축이기 때문에 조금씩 사용하며 천연 바닐라는 가벼운 계피 향과 특유의 달콤한 향이 진하게 난다.

천연 바닐라는 천연 각성제로 불릴 정도로 중추신경계를 자극한다. 바닐라를 섭취하면 신경계가 활성화됨은 물론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 행복 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 또한 각종 비타민, 루테인 등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고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활성화해서 피부 노화는 물론 각종 여성 질환도 막아준다. 어디 그뿐인가? 강력한 항염, 소염 작용을 가진 덕분에 예로부터 화상이나 상처 치료에도 이용해왔다고 하니 바닐라는 커린이의 첫사랑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찐사랑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선배, 왜 바닐라 라떼만 마셔요?” 물은 적이 있다. “글쎄, 그냥.” 그런데 지금 보니 그냥이 아니었다. 선배는 바닐라 라떼를 마실 때 편안해지면서 행복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 행복은 그냥 기분 탓이 아니라 호르몬 분비가 만들어낸 진짜 행복이었던 것이다.

5월, 어디를 보아도 싱그럽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을 거쳐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좋은 선생이 되는 것은 더 어렵게 느껴진다. 부모, 자식이야 혈연, 피를 나눈 관계라지만 선생과 제자는 오로지 배움을 매개로 만났으니 더욱더 근신하고 경계할 일이 많은 탓이다. 이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내고 계신 선생님들께 시원하고 효능도 좋은 바닐라 라떼 한 잔 드리면 어떨까? 선생의 선생인 선배에게도 오늘은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한잔 가득 대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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