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등터질 일만 남았다
고래 싸움에 등터질 일만 남았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5.10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첫 순방길로 일본이 아닌 한국을 먼저 택했다. 당초에는 관행적으로 당연히 일본을 먼저 방문해 쿼드 정상회의를 마치고 한국에 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자존심 따위는 따지지도 않고 한국에 먼저 와달라는 윤석열 새 정부의 요청을 두말도 없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국 우선 방문은 한·미·일 삼각관계 외교사에서 꽤나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에 자존심이 구겨진 일본은 한마디로 초상집이다.

국제 전문지 `Foreing Policy'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이 아닌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이 이미 일본을 추월하고 아시아 1위로 등극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외교 순서에 대한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일본 언론들도 `도대체 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이 아닌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는 등 난리가 났다.

일본으로서 더 충격적인 것은 한국과 일본에서 5일간 계획돼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일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먼저 방문해 3일간 머물면서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만난다. 또 미국 내 투자계획과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4대 그룹 총수와도 회동하고 삼성전자 반도체공장도 방문한다. 하지만 2일간 머무는 일본에서는 쿼드 정상회의를 뺀 단 하루의 외교 일정만 소화하고 돌아간다. 아무튼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듯 싶다.

미국은 정치·경제·군사 등 모든 전반에서 중국과 으르렁대며 패권경쟁 중이다.

이런 미국은 중국과의 외교를 중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의 한국 정부를 중국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여겨왔다.

2013년 말 사드 배치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당시 미국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우리 정부를 향해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뒤 생각도 없이 중국보다는 한·미·일 동맹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해 시진핑 중국 주석을 자극하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춤추게 만들었다.

한·미간 밀착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자신의 오른팔인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보냈다.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어도 분명 왕치산 부주석은 윤 대통령에게“미국이냐, 중국이냐를 확실히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엄중한 경고를 남기고 돌아갔을 것이 요연하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번 방한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고립시키기 위한 한국의 역할론을 앞세워 윤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 뻔하다.

대미·대중 외교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의 근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윤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고래 싸움에 휘말려 등터질 일만 남았다.

얼렁뚱땅 외교는 있을 수 없다. 만일에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대미·대중 외교에 있어서 `미국도 좋고! 중국도 좋고' 식의 외교로 얼렁뚱땅 넘기려고 한다면 미국도 잃고, 중국도 잃고, 안보도 잃고, 경제도 잃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