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메이커들을 응원하는 담쟁이동산 만들기
히스토리메이커들을 응원하는 담쟁이동산 만들기
  •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 승인 2022.05.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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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도종환)



금천고에는 학교의 한쪽을 막고 있는 제법 높고 긴 시멘트 옹벽이 있다. 금천 배수지 공원 산비탈과 운동장 사이를 꽉 막고 있는 장벽이 학교 교문을 들어와 교내를 진입하면 시야가 꽉 막힌 듯 답답하게 느껴진다.

나름대로는 이 옹벽을 가리려는 의도로 느티나무도 심겨져 있고, 개나리 나무도 심겨져 있지만 워낙에 거대한 옹벽이라 가려지지를 않는다. 운동장 주변에 벚나무와 목련 나무 꽃길도 만들고, 정원수도 심고, 예쁜 꽃도 심고 산책로를 조성하였지만 이 옹벽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 옹벽에 가까이만 오면 항상 한쪽 마음이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구나 여름에는 햇볕을 받아서 벽이 뜨겁고, 겨울에는 황량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고민하던 끝에 이 옹벽에 담쟁이 넝쿨을 심기로 하였다. 담쟁이는 넝쿨식물이라 잘 타고 올라가서 벽을 가려 줄 것이고, 가로막힌 장벽을 타고 넘는 불굴의 의지를 알려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삭막한 시멘트 옹벽을 초록색 담쟁이 잎으로 덮으면 이른 봄에 새싹이 나와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할 것이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알록달록 단풍도 좋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삭막하고 흉물스럽기까지 느껴지는 시멘트 옹벽을 가릴 수 있어서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담쟁이 묘목을 구했다. 주변의 흔히 보이는 의미 없는 담쟁이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담쟁이를 심기로 하고, 대학교 캠퍼스의 정기를 담은 전통과 의미를 담은 대학 캠퍼스 담쟁이를 구해서 심기로 하였다. 먼저 서울지역 주요 대학 10여 군데에 문의했다. 몇몇 대학은 협조 공문을 보내주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도 왔다. 4월 초 행정실장과 나는 직접 서울의 주요대학을 직접 방문해서 담쟁이 묘목을 얻어서 학교 옹벽 아래에 심었다.(지면을 통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그리고 우리 고장 청주지역의 대학들에도 공문을 보내고 협조를 구했다. 의외로 서울지역 대학들보다는 협조가 잘되지 않아서 마음이 씁쓸하였다. 그 이유는 담쟁이 덩쿨이 건물 외벽을 손상하기 때문에 다 제거를 해서 없다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대학교 캠퍼스를 찾아서 과거 오래된 건물 주위를 살펴 새롭게 싹이 올라오는 담쟁이를 찾아서 채취해서 학교의 옹벽에 심었다.

담쟁이는 현실이 힘들고, 절망적이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도 함께 더불어 생각한다. 현실의 벽에 막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벽을 타고 넘어간다. 금천고의 흉물스런 시멘트 옹벽은 초록빛이 가득한`담쟁이 동산'으로 바뀌고 있다. 이곳에는 필자가 직접 서각으로 새긴 도종환 선생의`담쟁이'시도 세워두고 있다.

미래에 사회의 상황이 비록 힘들고 암울하다 할지라도 고난 뒤의 승리가 온다는 믿음과 안목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히스토리 메이커가 되길 소망하며 금천고 담쟁이 동산을 거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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