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재가 미래 유산이다
지역 문화재가 미래 유산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5.09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문화'와 관련된 키워드가 성행했다. 문화마을, 문화도시, 문화선진도와 같은 구호가 넘쳐났고, 문화가 산업과 결합하면서 지역의 살길은 지역문화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는 유럽의 유수 국가들이 그들만의 고유문화만으로 대규모 관광수입을 얻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처럼 번졌다. 많은 지자체가 굴뚝 없는 산업에 환호하며 국경을 초월한 문화도시 사례는 마케팅 1순위로 떠올랐다. 이를 반증하듯 전국의 지역축제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지역성과 무관하게 비슷비슷한 행사가 반복되며 예산낭비라는 비난도 쏟아졌었다.

그렇게 경쟁하듯 판을 키워가던 전국의 문화산업 추진은 코로나19로 한순간에 꺾였다.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문화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지역의 축제를 비롯한 문화산업은 지방자치시대에 한 획을 그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2년여 만에 팬데믹이 종식되고 엔데믹 시대로 전환되면서 침체됐던 문화산업의 양상이 어떻게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2022년 봄을 지나는 문화 현장은 벌써 후끈하다. 가정의 달 5월이 특수 기념일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눌렸던 문화 갈증이 폭발하듯 문화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생태계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을 요하지만, 문화산업이 지역 경쟁력이 되고 미래유산이 될 것이라는 데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처럼 지역문화는 지역의 문화재나 문화공간으로 집약할 수 있다. 특히 지역이라는 공간 속에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치를 지닌 문화재는 지역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이 된다는 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오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지역의 문화재는 문화산업으로 연결되면서 지자체의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청주시는 올해 문화재팀을 신설했다. 지역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이다. 전담 부서로 분리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크다. 하지만 우리 지역 문화재, 특히 방치된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5월 청주의 대표적 고찰인 보살사의 창건과 중창 내역을 기록한 중수비(重修碑)를 33년 만에 경내에서 찾아냈지만, 여전히 비닐에 덮인 채 복원되지 않고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사찰의 창건 역사는 물론 지역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라며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1년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천막에 싸여 보살사 한 구석에 놓여 있다. 복원을 위해 보살사와 청주시가 문화재 소유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양측의 무관심이 소중한 문화재를 방치하는 꼴이 되었다.

음성휴게소 내 유물전시관 마당에 방치된 삼국시대 불상도 마찬가지다.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 사지에서 출토된 이 불상은 부식이 심각하지만 문화재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유물전시관이 폐관되면서 야외에 전시된 유물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불상의 소재지가 청주인만큼 지자체에서 내곡동 사지 출토 불상만이라도 되찾아와 보존처리하고 지역문화재로 관리하는 방안도 시급히 추진돼야 할 것이다.

문화재는 누적된 역사의 산물이고 증거들이다. 한번 훼손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미래 자산이다. 과감하면서도 세심한 문화재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