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충북, 먹고 사는 기반 닦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배고픈 충북, 먹고 사는 기반 닦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2.05.08 19: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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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첫 3선 이시종 충북도지사 12년 소회를 듣다
민선 5~7기 12년 충북의 새로운 미래 설계하는 시간
글로벌 과학도시 위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뿌듯
투자유치 사활 … 국가균형발전 선도·국토의 중심 도약
세계무예마스터십 유네스코 등 인정… 보존해야 할 유산

1995년 민선시대 도래 후 최초의 3선 충북지사로 기록될 이시종 도지사의 12년 임기가 오는 6월말로 끝이 난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도지사를 맞아하게 된다. 민선시대 27년 중 절반 가까운 세월 도정을 이끈 이 지사는 그 동안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청주 오창) 등 수많은 성과를 거뒀다. 이 지사로부터 재임기간 중 겪었던 숱한 도정의 뒷얘기와 아쉽고 힘들었던 점을 들어봤다.

올해 6월말 12년 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최초의 3선 도지사로 영예롭게 퇴임하는 이시종 충북지사는 평소 늘 그랬던 것처럼 빈틈없는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 워크홀릭이란 말이 따라붙을 만큼 한 순간도 도정을 벗어나지 않았던 이 지사에게 퇴임을 앞둔 소회가 궁금했다.

- 최초 3선 도지사로서의 임기가 끝나간다.

△먼저 지난 12년 동안 도지사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그동안 도민 여러분과 함께 같은 곳을 보며 열심히 뛰어 충북의 빛나는 기적을 실현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지난 12년은 충북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열심히 고민하며 설계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재임기간 중 경제실적인 △경제성장률 전국 1위(2016년~2020년·연 4.2%) △고용률 전국 2위(2021년·70.3%) △수출증가율 전국 2위(2020년·12.8%) △전국대비 충북경제 비중이 2009년 2.9%에서 2020년 3.7%까지 수직 상승한 점 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대표적인 성과중 하나로 투자유치를 빼놓을 수 없다. 민선5~7기 동안 투자유치 106조 5000억원(2022년 3월말 기준)을 달성했다.

지난 2020년 5월 8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청주 오창 입지 선정을 지켜보던 이시종 충북도지사(가운데)와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국회의원(청주 청원),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 등이 환영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 8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청주 오창 입지 선정을 지켜보던 이시종 충북도지사(가운데)와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국회의원(청주 청원),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 등이 환영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최고의 치적이라고 생각하는 도정 성과는.

△2020년 5월 치열한 경쟁 끝에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성장동력이 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청주 오창 유치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8년 유치 실패이후 12년만의 쾌거이다. 청주가 세계적인 과학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 마련됐다.

- 재임기간 중 수많은 투자유치를 했는데, 특별한 의미와 비화를 소개한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유치는 한화큐셀 유치이다.

이 지사가 풀어놓은 뒷얘기는 지난 2015년 5월 당시 한화큐셀은 미국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와 1조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1월부터 납품하기 위해 공장 신설을 서둘러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진천군에 공장을 짓기로 하자 넥스트에라에서는 충북도에서 공장설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15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줄 것을 요구해왔다. 수많은 고민 끝에 수락하고 사업성사에 매달렸다.

넥스트에라 대표가 준공식에서 “1500억원을 공짜로 챙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적적으로) 공장이 준공돼 못받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지사에게는 동전의 앞 뒷면처럼 평가가 뚜렷하게 엇갈리는 사업이 있다. 선거철인 요즘 특히 상대당으로부터 거듭된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바로 세계무예마스터십이다. 일부 집착으로까지 비춰질 정도로 무예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지 물었다.

-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해 고집스럽다는 평가가 있는데.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충북이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문화자산이다. 그만큼 남다른 애정과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아마도 그런 모습이 고집스러움으로 비춰진 것 같다.

임기 말 역점사업으로 꼽히는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한 이 지사의 의지는 대단했다. 그의 얘기를 지면으로 옮긴다면 서너개 면은 족히 채울만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각 나라의 문화유산들을 한데 모아 국제행사를 치르고 국제조직을 만들어 유네스코(UNESCO)와 가이스프(GAISF)의 인정을 받은 것은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유일하다는 게 이 지사의 자부심이다.

서양에서 만든 올림픽 등을 유치하고 그 성과를 성공의 지렛대로 삼을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든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서양 스포츠 중심의 올림픽과 함께 지구촌 양대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발전시켜 유산으로 남겨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 도정을 추진하면서 안타까웠던 현안은.

△정부 공모사업에 신청했다 안된 사안은 모두 속상했다. 속상한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충청권 광역철도 오송~청주공항 간 청주도심 통과 노선이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대안으로 최종 반영돼 아쉽다.

향후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조사를 통해 청주도심통과 노선을 확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 및 통과를 위해 도정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 이 지사는 이 사업을 통해 청주시의 사실상 지하철시대 개막을 꿈꾸고 있다.

- 스스로 지난 12년 도정을 평가한다면.

△먹고 살기 어려웠던 충북도민들이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단계에 접어든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충북이 먹고 살길은 투자유치 뿐!'이라는 신념하에 기업·기관 등 각종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전력투구해 많은 성과를 이뤘다. 그 결과 도정 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미래첨단산업과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국토의 중심 당당한 충북으로 변모했다.

이 지사는 행정의 달인이란 평을 듣는다. 더불어 선거의 달인, 선거의 귀재란 말도 듣는다. 초대 민선 충주시장(1995년)을 시작으로 시장 3번, 국회의원(충주) 2번, 충북지사 3번 등 이시종 지사는 8번 선거에 나서 전승을 거뒀다.

지난 2018년 6월 14일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6·13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후 첫 출근날 충북도청 현관에서 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4일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6·13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후 첫 출근날 충북도청 현관에서 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평생 선거에서 8전 전승을 했는데 비결은.

△여덟 번 모두 쉬운 선거는 없었다. 선거 때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항상 일로써 승부하고 처세술이나 표를 구걸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언제나 `진실이 최대의 무기'라는 평생의 좌우명대로 진심을 다해 도민 여러분께 다가선 것이 8전 전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8번의 선거를 치르다 보면 힘들었던 선거도 있고 쉽지 않았던 상대, 나아가 정치적으로 서운했을 일도 있을 법하지만 이 지사는 이런 이런 질문에 한사코 말을 아꼈다.

- 정치인의 삶을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은.

△정치인은 누구나 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후 오로지 일에만 `올인', 가족을 살뜰히 챙길 시간이 없었다.

특히 나를 대신해 가정을 챙기며 묵묵히 가장 역할을 해준 아내에게 항상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고마움을 느낀다.

퇴임 후에는 서울 집으로 돌아가 그 동안 소원했던 가족, 친지, 지인들과 돈독한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 한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사용하신다고 알고 있다. 건강유지 비결은.

△부모님께서 워낙 강골로 낳아주신 것 같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가끔 시간이 날 때면 도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가까운 산을 오르는 게 이 지사의 유일한 운동이다.

이 지사는 잠잘 때 땀복 같은 두툼한 옷을 입고 따뜻한 전기장판에 솜이불을 덮고 땀을 내면서 자는 습관이 있다. 자고 나면 개운하고 몸이 가뿐해진다게 이 지사의 설명이다. 해외출장 때도 전기장판을 가져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 후임 도지사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차기 지사님께서 지금의 충북 발전을 밑거름 삼아 도민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충북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 퇴임 후 도민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잊혀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 굳이 바란다면 배고팠던 충북의 먹고 사는 기반을 닦은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인터뷰 내내 이 지사는 사사로운 일에 대한 질문에는 만족할 만한 대답을 안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대답을 안하는게 아니라 배려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으로서 각 선거에서 맞붙었던 상대나 도정을 이끌면서 마주했던 많은 공직자들에게 사사로운 말로 괜스레 오해를 주고 싶지 않은 속내가 느껴졌다.

역시 이시종 지사는 오직 충북, 도정발전만을 염두에 둔 워크홀릭, 충북지사였다.

/석재동기자
tjrthf0@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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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0 02:37:59
비록 그짝당이지만 이시종 충북지사 이분은 진짜 인정. 청주 충북 지역발전을 위해 일 열심히 잘 하셨음 짝짝. 다만, 퇴임전에 청주시내 도심 통과 청주지하철 확정됐으면 완벽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