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두시안(回頭是岸)
회두시안(回頭是岸)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2.05.0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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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하여 마야사 현진 스님이 펴낸 `수행자와 정원' 산문집을 선물 받았다. 10여 년 마야사 산사를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현진 스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 자연을 보이는 그대로의 실체가 아닌 의미화로 심안의 통찰력을 통해 풀어놓은 현진 스님의 법문이다. 산문집을 읽으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수행자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스린 시간이었다.

마야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법주사 말사다. 2012년 5월 현진 스님이 창건하였다. 석가모니는 마야 왕비가 35세 때 탄생했다. 대웅전은 35평의 규모로 정면 3칸과 측면 3칸으로 건립하였다. 부처님을 탄생시킨 마야 왕비의 마음처럼 중생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고자 마야사를 창건하였다. 성모산 자락에 자리한 마야사는 법당 좌우로 산신각, 종무소, 교육관, 갤러리, 카페 등 전통 가람의 배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복합문화공간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잘 정돈된 정원에서 현진 스님의 정성과 불심을 느낄 수 있다. 비록 10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사찰이지만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산사의 정갈함에 마음이 절로 정화된다.

법당에 들러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빌었다. 법당을 나온 나의 발길이 신비한 소원 돌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법당에서 부처님께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는데 또 무슨 소원이 있겠나 마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소원 돌을 들어 보았다.

마야사 경내를 에워싼 정원을 가꾸며 스님은 수행자의 삶과 정원사의 삶을 병행한다. 낮에는 호미를 들고 꽃과 바람이 들려주는 법문을 듣는 스님은 밤에는 불경을 읽는다.

법정 스님께서 하신 “입 다물고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며 그렇게 한순간을 머물다 가라. 그것이 좋은 말씀 듣는 것보다, 몇 곱절 이롭다”는 말씀에 깨달음을 얻고 건물이 주인이 되는 절이 아니라 정원이 주인이 되는 사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야사를 찾는 중생들이 꽃과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10여 년째 산사를 가꾸고 있다. 스님께서 정원을 가꾸면서 깨달은 삶의 진리와 감사의 향기는 법문이 된다.

스님은 꽃은 자신의 처지를 탓하지 않으며 비바람에도 웃고 있다고 하였다. 꽃은 자신의 향기를 시새우지 않고 그저 바람의 손길에 마음을 다스린다. 우리 중생들도 시기와 질투를 버리고 조화롭게 세상을 가꾸어 가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한 삶보다는 현재의 삶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법정 스님도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과거도 미래도 없는 순수한 시간이라 했다. 자신의 앞날을 미리 알고 산다면 세상 살아가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희망이 있기에 인생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세상이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회두시안(回頭是岸)'이라고 했다. 지옥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인데,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극락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지금이다.

마야사 정원에서 늙어 가는 것이 외롭지 않다는 현진 스님의 마음이 행복이다. 스님이 정원에서 배운 삶의 지혜와 명상을 담은 산문집을 읽어 행복이다. 마야 카페에서 꽃과 바람의 깨달음을 전해 주던 현진 스님의 천진불(天眞佛) 미소가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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