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위한 선택
행복을 위한 선택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 승인 2022.05.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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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4월의 어느 날 9살의 내담자가 어린이날이 기대된다고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나의 어린이날이 떠올랐다. 나 또한 어릴 적 5월이 되기 전부터 마음이 풍선처럼 둥둥 부풀어 오르곤 했다. 정작 5월 5일이 지나면 기대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름 모를 나물을 먹은 것처럼 입안이 참 썼다.

5일은 어린이날이기도 하지만 공휴일이기도 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집은 공휴일이 되면 아버지와 엄마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날이었다. 지금처럼 이혼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때였지만 `나는 아빠, 엄마는 왜 이혼하지 않을까?' 궁금했고 이유를 찾아보려했지만 찾지 못했다. 이혼가정의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지금 나는 이혼 조정 상담을 하고 있지만 이혼을 장려하거나 이혼 결정을 번복하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그 어느 쪽도 만족스러운 선택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책 `풍선 세 개(김양미 글·그림 시공주니어)'는 이혼으로 가정이 분리되는 상황에 놓인 아이가 풀어가는 이야기다. 표지에는 지붕 밖으로 삐져나온 노랑, 초록, 빨강 풍선 세 개가 보인다. 끈으로 집에 묶여있으나 집 안에 없는 풍선은 바람이 부는 강도에 따라 휘청거릴 것이다. 가는 줄에 의지하고 있는 풍선들은 약한 바람에는 약하게, 강한 바람에는 강하게 휘돌다가 태풍이 오면 터지거나 끊어져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가족은 두 집으로 분리되면서 같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둘로 나눈다. 큰 물건부터 작은 물건까지. 그리고 아이들도 나누어진다. 아이는 몸무게로 나눈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한 물건들을 나눈다. 가족의 삶을 간직한 물건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담담하면서도 강하게 전달된다.

`방문에서 창문까지 왕꿈틀이 지렁이 걸음으로 212꿈틀이입니다.' 걸음으로, 손 뼘 자로, 인형으로 세고 또 세었을 아이의 슬픈 시간이 내 마음에 그대로 전해진다. 어른들이 헤어질 이유는 100가지도 더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우리 같이 살면 안 돼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다. 100가지 이유를 찾을 수 없지만 하나의 이유가 더 강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혼을 제2의 탄생이라고 한다. 개인의 탄생이 아닌 가족의 탄생이다. 개인의 탄생에서 획득한 인간에 대한 신뢰감과 친밀감, 그리고 함께하기가 가동되는 순간이다. 탄생이라 불리는 다른 이유는 개인의 탄생에서 건강하게 획득하지 못한 것을 다시 수정할 수 있는 중요한 때이기에 그렇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살아가면서 성장하며 만들어진 성격을 성숙하게 성장시키는 기회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모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면서 믿음을 주고받고 돌봄을 주고받는다. 균형을 맞추며 가야 한다.

가족도 작은 사회이기에 시기심, 열등감, 이기심을 경험하기도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이러한 감정에 사로잡히면 무의식적 언어와 행동으로 상처를 주게 되고 갈등을 초래한다. 그리고는 가족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회피하고 싶어진다. 자기 슬픔과 자기 연민이 출발점인 이 상황은 상처를 치유받고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방어기제를 가동한다. 피해자 되기, 합리화하기, 회피하기, 갈등의 원인을 상대에게 돌려 공격하기 등 어떤 방법으로든 그 자리를 떠나고 싶고 그것은 결국 이혼이라는 선택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더 상처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이 과연 맞는 것인지, 누구의 행복을 위한 선택인지 궁금하다. 가족의 구성원이지만 소외되어 있으며 고통받아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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