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어린이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5.02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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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올해는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세계 최초로 어린이 인권선언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는 1923년 5월 1일을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는 어린이 고유문화와 예술 활동을 진작시키며, 어린이의 인권의식을 기를 목적으로 1922년 3월 16일 동경에서 색동회를 조직하였는데, 이것이 어린이날 선언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비록 나라 잃은 국가였지만 미래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선조들의 애국정신이 가장 약자인 어린이 보호와 인권에 힘썼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5월 1일이 노동자의 날인 `노동절'임에도 이날을 어린이날로 제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날을 같이 기념하게 된 배경에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돼야 하듯이 어린이들도 여러 압박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나라 잃은 국민들이 나이 불문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한 현실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일제강점기하에서 방해와 감시를 받아오던 어린이날 행사는 해방 이후 1946년 5월 5일로 어린이날로 바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권이란 말도 낯설었던 당시, 누구보다 앞서 어린이 인권을 강조한 소파 선생의 뜻은 100년 전에 발표한 어린이날 선언문을 보면 또렷해진다. 요약하면 어린이들을 완전한 인격체로 존중해줄 것과 14세 이하 어린이를 모든 노동으로부터 해방할 것, 그리고 즐겁게 배우고 놀 수 있도록 사회적 시설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모든 어린이들은 올바르게 성장할 권리가 있음을 선언했다.

일제강점기하에 있던 조국의 현실과 아동인권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던 당시 세계 현실을 고려한다면 소파 선생의 어린이 인권 선언문은 세계 교육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다.

소파 선생의 선구자적 활동은 그러나 한국의 아동인권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예전보다 아동학대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정 내 아동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청소년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낮은 인권 지표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22개국 중 최하위로 기록됐다. 또한, 행복지수를 구성하는 6개 항목 중 건강과 삶의 만족도, 어울림이 가장 낮았고, 소속감과 외로움도 최하위권을 기록해 아동·청소년의 인권에 심각성을 드러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 신고도 늘었다는 지표를 보면 선진한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시대가 변하고 현실이 달라졌지만 모든 어린이들은 존중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국에서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가 준비 중이란 소식이다. 초심을 들추듯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날 선언문을 다시 되새겨봐도 좋을 듯싶다. “어린이들을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주시오. 어린이들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들을 책망할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주시오. 산보나 원족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 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주시오. 대우주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로지 어린이에게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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