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다리 긁는 짓
남의 다리 긁는 짓
  • 방선호 수필가
  • 승인 2022.05.0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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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방선호 수필가
방선호 수필가

 

친구 등 타인들에 대한 욕설이나 험담은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당사자를 눈앞에 두지 않고, 없는 곳에서 욕을 하거나 험담하는 것은, 올바른 견해에 따른 정확한 지적 및 비판일지라도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욕을 먹어야 할 당사자가 없는 가운데 이뤄지는 험담은 대개의 경우 들뜨고 흐트러지고 탁해진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불쾌감 및 서운함을 주체하지 못함에 따른, 소모적인 감정의 배설일 경우가 허다하다.

그뿐만 아니라 문제를 풀기보다는 더욱 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확대시킬 확률이 높다. 따라서 누군가를 험담하고 싶은 충동이 일면 그 즉시 자신의 들뜬 호흡과 기(氣)와 감정과 생각을 차분하고 고요하게 가라앉힘으로써, 마음을 0점 조정하는 것이 요긴하다. 그런 연후에 비로소 감정의 배설이 아닌, 진심어린 충고를 당사자에게 직접 하거나, 충고가 시기상조라고 판단되면, 마음에서 내려놓음으로써 입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까닭에 공자님은 제자인 자공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을 보시고,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賜也賢乎哉(사야현호재) 夫我則不暇(부아칙불가) 즉, 사(자공을 일컬음)는 뛰어나구나. 나는 누군가를 욕할 만큼 한가하지 않은데 말이다.”

이 밖에도 친구 간에 서로 비슷한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희석시키기 위해 짐짓 친구의 잘못을 들춰내며 부각시키는 짓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같은 짓 또한 불필요한 감정의 배설일 뿐만 아니라, 타인을 험담하면서까지 자기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드러내려는 소인배의 전형인 도토리 키 재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맹자님은 친구 간에 불필요한 경쟁을 하면서 비교 우위를 점하려는 도토리 키 재기와 관련, `以五十步(이오십보) 笑百步(소백보)' 즉, 전쟁터에서 오십 걸음을 도망친 자가 백 걸음 도망친 자를 비웃는다는 비유로써 경종을 울리신 바 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과 `형제의 눈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제 눈 속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성경 구절 또한 동일 맥락의 가르침이다.

타인과의 불필요한 키 재기 대신에 자신의 키를 키우는데 온통 에너지를 쏟으며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백 걸음 후퇴한 동료를 비웃을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똥 묻은 개를 나무랄 시간에 자신의 몸에 묻은 겨를 털어내는 것이 귀한 일이다. 자신의 눈병 때문에 형제의 눈에 티가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직 자신의 들뜨고 흐트러지고 탁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으고 맑게 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0점 조정한 뒤,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행복한 삶을 앞당기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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