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으로 한발 다가온 무형문화재
우리 곁으로 한발 다가온 무형문화재
  • 윤나영 충북도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2.05.0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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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땅과 사람들
윤나영 충북도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도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무형문화재. 독자들께선 무형문화재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필자의 머리속에 가장 처음 스치는 장면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윤오영 작가의 수필 「방망이 깍던 노인」의 모습이다. 귀갓길 우연히 지나던 노점에서 방망이 하나 깎아달라 했을 뿐인데, 주문자의 사정 따윈 아랑곳없이 자기가 정한 기준에 맞춰 깐깐하게 그러면서도 느긋하게 방망이를 깍는 고집스러운 노인의 모습, 차 시간이 늦어 서둘러달라는 고객의 재촉 따윈 싸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완성을 위해 방망이를 깎는 퉁명스럽고 고집스러운 수필 속 노인의 모습은 수필을 접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무형문화재의 원형처럼 필자의 뇌리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이런 고집스러운 장인정신 혹은 예술혼이 없다면, 효율성과 생산성만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런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신념과 고집이 있기에 오래 전에 사라졌을 수도 있을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을 같은 시대에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소통의 시대. 소셜 미디어가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사람과 사람을 넘어 인공지능과도 소통하는 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무형문화재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전통을 계승하지만 시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신념을 지키되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그렇게 무형문화재는 우리 곁으로 한발짝 씩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 무형문화재를 만날수 있는 자리가 있으니, 바로 무형문화재 공개행사이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보유단체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에 한번 이상 반드시 자신의 기·예능을 국민에게 공개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되면서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도 다시 진행된다. 지난 4월 30일~ 5월 1일까지 이틀간 충주 누리시장 일대에서 청명주, 사기장, 야장 등 충주시 무형문화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무형문화재 공개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시연관람과 함께 청명주 시음, 사기장과 함께 하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 전통 대장간에서 만드는 호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었다. 또 오는 5월 20일 영동군 설계리에서는 영동 설계리 농요 시연을 관람할수 있는 공개행사가 예정 중이다.

이보다 더 쉽게 내 손안에서 무형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바로 무형문화재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다. 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인 라이브 커머스는 요즘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힙한 쇼핑 방법으로, 이 라이브커머스와 무형문화재가 만나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년 7월 진행된 국가무형문화재 금박장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는 동시 시청자 수가 무려 12만8천여명에 달했다. 방송을 통해 시청자는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공방을 둘러보고, 장인이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직관한다. 또한 채팅을 통해 장인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묻고, 장인의 입으로 그 답을 듣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인이 직접 제작한 작품을 구입하여 소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올해 충북에서도 지역 무형문화재 활성화를 위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보은군과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이 힘을 합해 보은 무형문화재 3건에 대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4월22~23일에는 충북무형문화재 각자장 박영덕 장인의 방송이 있었으며, 오는 9,10월에는 충북무형문화재 송로주 임경순 장인, 야장 유동렬 장인의 방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무형문화재가 우리 곁으로 부쩍 다가왔다. 이제 무형문화재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수필 속 퉁명스러운 노인이 아니라, 인터넷 방송으로 나와 직접 대화했던 친절한 장인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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