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효과(Rabbit Effect)
토끼 효과(Rabbit Effect)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04.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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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아침 출근 시간, 사무실 문을 열기 전 생각을 한다.`미소 지어야지, 먼저 밝게 인사해야지, 직원들이 시큰둥해도 상처받지 않아야지, 눈 잘 맞추지 않는 그분은 출근했을까? 늘 제자리에 앉아서 고개만 까딱이는 그 직원 오늘은 엉덩이라도 살짝 들고 인사하려나….'

새가슴의 소유자 00교사의 사무실 앞에서의 작고 사소한 번민이다.



# 토끼 효과

로버트 네렘(R.Nerem)박사 연구팀은 고지방 식단과 심장건강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비슷한 유전자의 토끼들에게 몇 달간 똑같은 고지방 사료를 먹였다. 당연히 모든 토끼들의 혈관에 지방이 쌓여 콜레스테롤 수치, 심장박동수, 혈압이 높아졌다. 그런데 유독 한 그룹의 토끼들만 혈관에 쌓인 지방 성분이 다른 그룹보다 60%나 낮았다. 그 토끼들은 모두 건강하였다.

연구자들은 똑같은 조건하에서 엄격히 통제된 상태로 실험을 했기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원인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다정함'이었다. 이 그룹의 토끼들에게 사료를 준 연구원이 토끼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다정하게 말을 걸거나 쓰다듬어 주었던 것이다.

정신의학자 켈리 하딩(K. Harding)이 그의 저서 `다정함의 과학'에서 `토끼 효과(The Rabbit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하며 지극히 작고 미세하지만 다정한 행동과 표현들이 건강과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 다정함의 과학

미국 중년 남성들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이 급증했던 1950년대 후반. 스튜어트 울프 교수는 로제토라는 마을 주민들은 심장발작 환자가 거의 없고, 연간 사망률도 인근 마을보다 50% 낮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평균 이하로 싸구려 술과 담배, 소시지 등을 즐기는 생활방식에서 건강의 비결을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울프 교수는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마을 주민의 삶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로제토 마을 주민들은 길거리에서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조부모와 시간을 보냈으며, 여러 세대가 모여 함께 식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누구나 만나면 정겹게 다정하게 대화하는 것이 이 마을과 다른 마을과의 차이였다. `다정한 주민'은 그들 간에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냈으며 그 결과가 신체적인 건강으로 나타났다.

켈리 하딩 박사는 병원에서 의학적으로는 건강하지만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 질병이 있음에도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는 환자들이 있음을 보고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즉, 정신건강이 신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싶었다. 그리고 발견해낸 것이 `토끼 효과'와 `로제토 마을의 다정함'이었다.



# 다정하기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며 다정하게 하이파이브하는 교장선생님들을 자주 보게 된다. 친구 교장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교문을 지키며 학생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내고 있다.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바람에 이제 그만 둘 수도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다정하게 다가오는 학생들의 변화된 모습은 여름의 무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게 한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자기 다리가 더 탄탄해지고 피부도 좋아졌다고 한다.

다정함의 꾸준한 실천에는 용기와 인내가 그리고 작은 자기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

오늘도 사무실 문을 열기 전 다정한 표정과 다정한 말을 준비한다. 바라건대 부디 상대방도 눈을 맞춰주며 다정한 인사를 해 주면 좋겠다. 엉덩이도 살짝 들고 고개`까딱'해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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