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심는 아이들
꽃을 심는 아이들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2.04.2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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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꽃이다. 어린이집 화단에 아이들과 교사들이 꽃을 심고 있다.

길을 가다 꽃보다 귀한 아이들을 만나 한참을 화단가에 머물러 아이들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린다.

이미 꽃들은 대부분 심었고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모종삽을 손에 쥐여 주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꽃모종 숫자 못지않게 교사들과 아이들이 서 너 평 밭에 봄맞이 행사 하느라 분주하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다. 화단에는 금잔화, 마가렛, 데이지, 노벨리아 등 꽃모들이 아이들처럼 이름표를 옆에 꽂고 있다. 이미 꽃을 피운 것도 있지만 어떤 꽃모는 곧 몽우리를 터트릴 것 같은데 온실에서 나온 모종들이 바깥기온에 놀랐는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이들도 온실에서 나온 꽃들 같다.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기들이다.

아마도 올봄, 처음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이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한 아이는 아침에 엄마 품을 떨어진 게 못내 서러운지 아직 눈가가 촉촉하다. 꽃 심는 일에도 관심이 없고 사진 찍는 포즈도 마뜩찮은 얼굴이다.

아이를 맡은 교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느라 꽃을 보여주고 꽃 이름도 불러주곤 하지만 별 반응이 없어 보인다.

아이를 떼어놓고 일터로 간 엄마도 아이가 눈에 밟혀 일손이 잘 안 잡힐 터이다.

아이들이 귀한 시대이다. 아파트 놀이터가 온종일 할 일을 잃고 텅 비어있다가 오후에 잠깐 한 두 명의 아이들이 미끄럼틀이나 그네에 오르다 가곤 한다. 해가 바뀔수록 아이들이 부족해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늘어난다는 뉴스를 얼마 전 접했다. 말로만 듣던 저 출산 이라는 문제를 확연히 느끼게 된다.

초보 교사도 아직은 서툴다. 꽃 심고 사진 찍는 순서가 끝난 아이 셋을 데리고 교사 한명이 화단 밖에서 돌보고 있는데 다시 화단으로 들어가는 아이도 있다.

교사가 잠시 다른 아이 보는 사이, 또 다른 아이는 엉덩이를 실룩이며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마구 내달린다. 보기에도 활기차 보이는 아이는 세상구경에 더 호기심이 많은듯했다.

달아나는 아이를 뛰어가 데려오는 교사는 놀라서 얼굴이 붉게 달았다.

뭐든 처음은 서툴다. 손녀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떼어놓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저항을 해서 마음 같아서는 그냥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어도 그리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아이가 차츰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고 작년 이맘때는 어린이집에 데리고 가면 화단에 꽃을 손짓하며 “내가심은 꽃”이라고 자랑하곤 했었다. 아이들이 꽃을 심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지만 아이는 그 꽃을 볼 때마다 꽃 심은 이야기를 했다. 어린 마음에도 자신의 손길이 머문 꽃 한 송이에 더 애틋하게 마음이 가는 모양이다.

오늘, 꽃을 심는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처음 엄마와 떨어진 아이도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다 보면 친구들과 즐겁게 생활하게 되고 웃으며 어린이집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다.

화단에 옮겨져 잠시 몸살을 앓는 모종들도 며칠 후면 차츰 생기를 찾아 꽃을 활짝 피우리라.

이봄, 꽃을 심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며 그들의 마음도 꽃처럼 곱게 피어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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