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마을
두꺼비 마을
  •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 승인 2022.04.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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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큰 눈망울을 이리저리 뒹굴리고 앉아 있는 두꺼비는 낙엽과 비슷한 보호색으로 암갈색을 띠고 있다. 혹여 꿈속에 나타나면 귀한 태몽이라 반가워했고, 결혼하는 젊은이에게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으라고 덕담을 한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하며 모래밭에 손을 넣고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두꺼비는 남동풍이 실고 오는 물 냄새를 맡고, 방죽이 자리 잡은 방향을 알고 내려온다. 짝을 짓고 산란하기 위해 수백 마리가 숲 속을 떠나 호숫가를 찾아오는 긴 여행길은 그리 만만치 않다. 암컷은 산골짜기 나뭇잎들이 쌓인 거친 길과 돌짝밭을 넘어야 했고, 비탈길을 내려오는 동안 등에 업힌 수컷의 무게까지 감당해야 한다. 도로를 건너갈 때는 더욱 위험하다. 때로는 행인들의 발에 밟히기도 하고, 지나가던 자동차에 치여 죽을 뻔하는 위험천만한 이동을 한다.

마침내 어머니 품속 같은 방죽에 몸을 담그고는 실타래처럼 긴 띠의 주머니 속에 알을 담아 풀 섶에 걸쳐 놓는다. 수온이 올라가는 따스한 봄날, 알집 속에 있는 영양물질을 먹고 자란 새끼들은 꼬리를 흔들며 헤엄쳐 나온다. 작은 올챙이들은 해캄이나 이끼를 먹고 자라 성체가 되고 낙엽이 떨어져 썩은 부토 속에 지렁이도 찾아 먹는다. 갈라진 혀로 파리와 모기를 잡아먹고 시침 뚝 떼는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북서풍이 불어오면 어미 두꺼비는 자란 새끼들을 보면서 또다시 한시름 걱정을 한다. 겨울잠을 자야 할 산으로 돌아가야 하는 험난한 길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따듯한 방죽을 떠나 불어오는 찬바람 줄기를 타고 뒷산 7부 능선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가시덤불을 지나 자갈밭 길을 걸어야 하고, 산비탈 황톳길을 기어 오를 땐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죽을힘을 다해 제 새끼를 등에 업고 돌보는 긴 귀향길 행렬을 보고 있노라면 모성애의 절정을 느낀다. 우리 주변에 가끔 들려오는 생명경시 풍조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두꺼비는 발바닥에 혹들이 달려 있어 산기슭을 올라가는데 미끄러지지 않고 잘 기어올라갈 수 있다. 피부 샘에서 나오는 독은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다. 수컷의 앞발에는 혼인 돌기가 있어 짝짓기할 때 암컷을 끌어안을 때 사용하는데 황소개구리를 꼭 끌어안고 압력을 주어 죽게 한다고 하니 외래종에 대한 토속 종의 대반란이라 할 수 있다.

방죽 주변을 주택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생태환경 보전을 중요시하고 두꺼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물이 흐를 수 있는 수로를 만들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생태마을을 조성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로 두꺼비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파트 숲으로 인해 북서풍과 남서풍 바람 길의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통로보다는 서식처를 옮겨 주었어야 했다.

사람의 눈으로 보지 않고 두꺼비의 입장으로 보는 지혜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위에서 보는 세상이 아니라 거꾸로 보는 세상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녹음이 우거지는 오월이 오면 돌아오지 못하는 두꺼비가 보고 싶다. 두꺼비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은 그곳에서 기타를 치고 오카리나를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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