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도서관으로 놀러 오세요
마을 도서관으로 놀러 오세요
  • 김철환 옥산도서관 팀장
  • 승인 2022.04.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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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철환 옥산도서관 팀장
김철환 옥산도서관 팀장

 

5월이 성큼 왔다. 언제 물러날까. 지루했던 겨울이 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푸릇푸릇 새싹들이 차오르고, 차고 매서운 바람을 견딘 꽃순은 메마르고 단단한 나무껍질을 비집고 나와 푹죽처럼 꽃을 피워냈다. 언제나처럼 봄은 오고, 오랫동안 준비한 우리들의 꿈도 활짝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긴 겨울같이 혹독하고 팍팍했던 나의 32년 공직생활도 만개를 앞두고 있다. 나는 2017년부터 옥산도서관에서 근무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볍씨로 기록돼 왔던 중국 후난성 동굴유적과 장시성 선인동 동굴유적에서 발견된 볍씨보다 무려 2천 년이나 앞선 것으로 국제적 공인을 받으며 세계적 이목을 집중한 소로리 볍씨가 발굴된 지역인 옥산! 생존에 기본인 산업이자 인류사에 오랜 기원을 갖고 있는 농업, 그리고 벼의 기원지로 인정된 옥산에 위치한 옥산도서관을 `농업·자연 특성화 도서관'으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 하하! 호랑이가 담배 피울 적의 이야기다!

현재의 도서관들은 예전처럼 책이나 보관하고 있는 자료실이나 책상을 칸으로 나누고 다닥다닥 앉아서 공부만 하는 열람실이 다가 아니다.

책과 음악이 머무는 힐링존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책 속 다양한 캐릭터를 창작할 수 있는 캐릭터 창작 클래스 공간, 어린이들이 상상하고 만들고 실험하는 활력의 공간인 메이커스페이스 공간, 어린이 전문 도서관에 마련된 어른들을 위한 VIP(very important parents) 공간 등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자기 취향을 저격한 도서관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즐겁고, 유쾌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렇듯 마음 편히 쉬면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위안과 치유의 감정을 경험할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옥산도서관도 농업특화 도서관답게 자료실 내 `농업 코너'를 별도로 마련하여 농업 주제 자료들을 비치하고 있다. 로비 및 계단에는 옥산지역 특산물 자료사진들을 전시, 홍보하고 있다. 이미 4월 중순부터 도서관 앞뜰에 시민들의 텃밭 놀이터가 되는 텃밭 어울마당 공간을 조성하여 조롱박·호박·수세미 등 특색있은 작물들을 시민들과 같이 식재하고, 그 열매들을 모두 함께 누리고 있다.

일본 작가 이소이 요시미쓰씨의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책을 보면 요즘의 도서관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존 도서관이 가지는 기능이 조용한 분위기에 책을 읽는 기능이 주였다면, 이 책에서 강조하는 기능은 `책을 통해 사람이 만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이다.

이렇게 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하여 그 지역주민의 문화적 감성의 소통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옥산도서관을 비롯한 오송도서관 관내 7개 도서관도 지금 그러한 변화에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사회시스템이 발전되어져 나가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타인과의 이어진 길을 자연스레 오가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다가오는 주말에는 가까운 마을 도서관에 들러 지인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든, 한 권의 책을 가지고 토론을 하든, 아님, 방문한 도서관을 할 일 없이 누비며 스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미소라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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