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스 공화국, 부끄럽지 않은가
찬스 공화국, 부끄럽지 않은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4.25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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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25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첫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대한민국호를 이끌어 갈 각 부서 수장들이 걸어온 길을 검증할 시간이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보면 참혹하다. 그야말로 찬스 공화국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빠의 지위나 권력에 기댄 아빠찬스 뿐만 아니라 남편 찬스, 엄마 찬스, 셀프 찬스 등등 찬스가 난무하다. 엘리트 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들을 목도하고 있는 기분이다.

후보자들이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자신과 가족들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해명이라고 내놓는 것이 변명에 불과하다. 고위 공직의 경험을 사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을 위해 자문위원이나 사외이사로 등록해 고액의 비용을 받는 것이 정당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숱한 관례 중의 하나였다고 해도 공직을 맡게 될 사람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만을 없을 것이다. 더구나 후보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구조화된 채 자녀의 미래까지 보장하며 카르텔로 작동되는 모습은 분노를 낳고 있다. 관례였다고 해도 문제이고, 특별한 혜택이라고 해도 문제인 사안들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아직은 의혹에 불과한 상황이라 검증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국가의 최고 공직에 오를 장관 후보자들은 막강한 권한을 걸맞게 사용할 인물인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변명이나 거짓으로는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완벽한 인간의 장관 후보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고위공직인 만큼 그 자리에 오를 사람의 삶의 철학과 가치가 중요하기에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철학과 가치는 국가의 정책과 운용 방향과 긴밀하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이기에 고위공직자들의 검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철저하게 묻고 더 철저하게 답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그토록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자의 능력으로 경쟁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우리 사회에는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손해 본다는 부정적 인식이 기저에 깔렸다. 아빠가 고위직이면 자녀도 좋은 자리에 가 있고, 아빠가 부자면 자녀도 부자가 되는 대물림이 만든 독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독재를 부추기며 건강한 시민사회, 건강한 민주주의를 저버리게 되는 원인이 된다. 경쟁해도 안 되는 현실이다 보니 계층을 불문하고 너나없이 일확천금을 노린다. 자기의 욕망을 채우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를 보면서 더 많은 사람은 욕망에 발목 잡혀 양심마저 무감각해진다. 엘리트들의 카르텔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각성해야 한다.

추천된 장관 후보자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재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득권 세력들은 언제까지 기득권에 기대 살 것인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으로 치닫는 자본민주주의의 맹점을 악용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고 할 수 있는지, 사회로부터 받은 기쁨을 나눠야 할 책무나 공익적 활동은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말이다.

천박한 대한민국을 미래에 물려줄 수 없다는 각오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국가를 지탱해주는 철학을 무엇으로 세울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공직자의 사명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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